국제 연구팀 "석기 제작기술 뼈에 적용…뼈 도구 제작시기 100만년 앞당겨"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 아프리카에 살던 고대 조상 인류가 150만년 전 이미 코끼리 같은 대형 동물의 뼈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도구를 제작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역사연구소 이그나시오 드 라 토레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6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호모(Homo) 속 조상 인류가 처음 올도완(Oldowan) 석기를 만든 탄자니아 올두바이(Olduvai) 협곡 유적지에서 150만년 전 만들어진 뼈 도구 27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뼈 도구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것보다 제작 시기가 100만년 이상 앞선다며 이는 초기 조상 인류가 석기 제작 기술을 뼈에 적용해 독창적인 문화 혁신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동부에는 최초의 호모 속 조상 인류가 돌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남아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260만~150만 년 전 돌을 서로 부딪쳐 날카로운 석기를 만든 올도완 문화가 태어난 올두바이 협곡이다.
올도완 석기문화는 170만년 전 좀 더 정교한 주먹도끼로 유명한 아슐리안 문화(Acheulean)로 이어졌으며 아슐리안 석기는 15만년 전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동물의 뼈로 만든 도구는 석기보다 훨씬 늦게 등장했다.
이 연구 전까지 뼈를 두드리고 깨서 일정 형태의 도구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40만~25만년 전 유럽 아슐리안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연구팀은 올두바이 협곡에서 27개의 뼈 도구를 발견했다.
이들 도구는 대부분 코끼리와 하마 등 대형 포유류의 치밀하고 튼튼한 다리뼈를 두드려 만든 것으로, 최대 길이 38㎝에 날카롭고 튼튼하며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분석 결과 이 뼈 도구는 초기 호미닌(사람족)의 올도완 문화가 아슐리안 문화로 첫 기술 전환을 이루던 시기인 150만 년 전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뼈 도구들의 용도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 도구를 만든 주인공이 어떤 종의 인류 조상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도구의 전체적인 모양과 크기, 날카로운 모서리 등으로 미뤄 동물 사체를 식용으로 가공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뼈 도구가 발견된 지역에는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와 또 다른 호미닌 종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뼈 도구가 제작된 때는 돌을 서로 부딪쳐 날카로운 조각을 떼어내는 단순한 올도완 석기 문화가 돌을 조심스럽게 두드려 석기 모양을 만드는 아슐리안 문화로 넘어가는 시기라며 이 뼈 도구들은 보다 진보된 석기 제작 기술이 뼈에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드 라 토레 박사는 이 발견은 올두바이의 초기 조상 인류가 대형 포유류에서 특정 뼈를 일상적으로 선택하고 표준화된 생산 패턴을 통해 도구 모양을 만들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이들이 문화적으로 혁신적이었고 돌을 다듬는 기술을 새로운 원료에 적용하고 전수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Ignacio de la Torre et al., 'Systematic bone tool production at 1.5 million years ago',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652-5 scitech@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