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부지급률 12.4%…전년 동기比 0.7%p↑
과다청구 막기 위해 도입…객관성 낮다 비판도
보험사기 방지 효과…중립 자문의 풀 구성 개선
국내 보험사들이 고객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맡인 사례 가운데 8건 중 1건 이상은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의료자문을 거치게 될 경우 가입자로서는 그만큼 돈을 받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서는 의료자문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지만, 이를 소비자들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38곳의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평균 부지급률은 12.4%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p) 상승했다. 해당 수치는 보험사의 의료자문이 이뤄진 보험금 청구 건 중 부지급이 결정된 케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보험사의 의료자문은 보험사기와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과다청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금 지급 신청이 적절한지 알고 싶을 때 주치의 이외의 전문의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한다. 의료자문을 통한 부지급률이 높을수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기존 신청한 것과 대비해 깎아 지급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는 26.2%, 손보사는 9.1%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을 실시한 건수가 한 자릿수 대에 그친 곳들을 제외하면,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의료자문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60.3%으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 기간 15.3%p 오르며 상승 폭이 큰 편에 속했다.
이밖에 ▲라이나생명(46.0%) ▲ABL생명(42.0%) ▲메트라이프생명(41.6%) ▲동양생명(39.5%) ▲흥국생명(39.4%)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은 19.0%, 한화생명은 23.9%, 교보생명은 24.9%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AIG손해보험이 90.9%로 제일 높았다. 다만 AIG손보의 의료자문 신청 건수는 33건으로 손보업계 중 적은편에 속했다. 한화손해보험이 19.8%, MG손해보험이 19.3%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그 외 ▲NH농협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15.0%) ▲흥국화재(14.4%) ▲KB손해보험(12.8%) ▲롯데손해보험(11.8%) 순이다. 주요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1.8%, DB손보 8.9%, 현대해상 10.2%, 메리츠화재 10.7%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자문의가 보험사의 의뢰와 자문료를 받아 객관성이 낮다고 비판해왔다. 또한 의료자문이 보험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지해 지난 8월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환자가 진료받은 의료 기관보다 무조건 상급 의료기관에서만 의료자문을 하도록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우선 보험소비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엔 보험사는 별도의 의료자문 대신 환자의 주치의 상세 소견을 확인해야 하며, 자문의가 보험사에 유리한 소견을 낸다는 지적을 반영해 별도의 중립적인 자문의 풀로 구성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삭감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에 보험사들은 억울한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료자문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부 보험 가입자나 병원이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경우가 있어 보험사기 예방차원에서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라며 "고액 진료비가 증가함에 따라 객관적인 의료 판단 차원에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자문 증가는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 향상, 보험사기 등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줄여 선의의 고객 피해 줄이고 보험료 인상도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