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 후 요건 못 지키면 ‘관리종목’행
경선 후보들, 저마다 ‘바이오산업 활성화’ 공약

더불어민주당이 바이오벤처 기업의 신약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 주식시장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선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민주당이 집권해 실제로 현실화하면 얼어붙은 바이오산업 투자에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바이오벤처가 ‘법차손’(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 요건에 미달할 경우 현행 3년인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예외로 둬 바이오벤처 투자를 활성화하는 공약을 논의하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법차손이란 기업이 계속 운영하는 사업 활동을 통해 발생한 손익에서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의 손실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3년간 2회 이상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통상 바이오벤처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하고 연구 자금을 조달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란 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가졌다면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을 3년간 유예받을 수 있지만 이후 2년 연속 법차손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상장 5년째부터 관리종목에 지정돼 상장폐지에 몰릴 수 있다.
바이오벤처가 신약을 개발하려면 안정적 투자와 평균 10년 이상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초기 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한국바이오협회가 5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개사(71.2%)가 ‘바이오 투자 심리 위축’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신약 개발은 험난한 과정이다. 천연물을 발굴하는 기초 연구부터 시작한다. 동물 실험을 거쳐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임상시험 허가를 받는다. 인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임상시험은 1상(임상약리시험), 2상(치료적 탐색시험), 3상(치료적 확증시험)으로 나뉘며 3상까지 통과해야 식약처 심사를 받는다. 식약처가 품목허가(NDA)를 승인하면 신약을 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10년쯤 계속 손실을 감수하는 구조인데 일반 기업과 똑같이 법차손을 적용하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어렵다”며 “적절히 지원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바이오벤처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바이오산업계 의견을 들으며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 잠재력을 가진 바이오벤처가 성장하기도 전에 법차손 요건을 넘지 못해 외국에 기술을 팔아버리거나 상장폐지된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민주당은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법차손 요건이 느슨해지면 부실기업이 난립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신중히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저마다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함께 “백신·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미래 분야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적었다. 김동연 후보는 미래 주요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제시했고, 김경수 후보도 바이오헬스 등의 5대 첨단기술 분야 연구·혁신(R&I)에 기금 50조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