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덩크왕 조준희 “목표는 1군 주전”

2025-01-20

“농구 미생이 덩크왕이 되는 기적을 썼으니, 이젠 다음 목표, 아니 기적을 향해 달리겠습니다.”

지난 19일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서울 삼성 가드 조준희(21)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골 밑에 여성 팬을 세운 뒤 머리 위로 뛰어넘어 환상적인 원 핸드 덩크를 꽂았다. 심사위원 전원이 10점 만점을 들었다. 올스타전 다음 날인 20일 그는 “아직도 꿈꾸는 것 같다. 내가 덩크왕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이건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조준희는 프로 입단 때부터 ‘기적의 사나이’로 통했다. 2023년 9월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했는데, 1라운드 4순위로 삼성에 뽑혔다. 미국의 IMG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는 골프·야구·축구·농구·테니스 등의 유망주를 기르는 세계적인 스포츠 사관학교다.

경기 고양에서 태어난 조준희는 초등학교 4학년인 2015년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한국인에게선 보기 드문 폭발적인 탄력 덕분에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농구 선수치고는 작은 키(1m 89㎝)인데도 덩크를 자유자재로 꽂았다. IMG 아카데미에 진학해 본격적인 선수의 길에 입문했고, 2년 뒤 캘리포니아주 르네상스 아카데미고로 전학했다. 같은 지역 세리토스대에 입학해 1년간 다니다가 휴학하고 한국에 왔다.

조준희는 “중학교 때까진 공부만 했다. 취미로 시작한 농구가 좋아져 뒤늦게 본격적인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IMG 아카데미에서 매일 ‘운동 괴물’들과 뒹굴면서 실력이 크게 늘었다. 한국에서 프로선수로 뛰고 싶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처음 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키도 크지 않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한 기간도 5년에 불과한 조준희가 프로팀 지명을 받기 쉽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맥스 버티컬 점프(높이뛰기) 91.2㎝로 드래프트 참가자 중 공동 1위에 오르는 등 남다른 운동 능력을 보였고, 결국 프로에 입성에 성공했다.

들어와서 보니 벽이 높았다. 공격적인 미국 농구와 달리, 수비와 조직력을 중시하는 한국에선 운동신경만으로 주전을 꿰차기 어려웠다. 2년 차인 올 시즌에는 D리그(2군)로 밀렸다. 같은 해 프로가 된 문정현(KT·당시 1순위 지명), 박무빈(현대모비스·2순위), 유기상(LG·3순위)은 각 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며 올스타 멤버로도 뽑혔다. 조급할 만도 한데, 조준희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조직적인 플레이와 수비가 중요하다. 코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할 게 산더미”라며 “한참 앞선 동기들에게 자극은 받지만 부러움은 없다. 2군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수비를 겸비한 올라운더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준희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하면 언젠가 이룬다’는 말을 믿는다. 사실 덩크왕 콘테스트에서도 다섯 차례 도전 끝에 성공했다. 1차 결선에서 두 차례 여성 팬 뛰어넘기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차 결선 재도전 기회까지 모두 놓쳤다. 다 끝난 상황인데, 관중석에서 팬들의 연호가 시작됐다. “한 번 더!” “한 번 더!” 특별히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환상적인 덩크를 꽂아넣었다.

“올 시즌 주전이 되기 위해 재도전하고 있다”고 밝힌 조준희는 “덩크 콘테스트처럼 다섯 번씩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안다”며 “원래 농구가 신장(키)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기적은 꼭 일어난다고 믿는다”고 결기를 다졌다. 그러더니 넌지시 반문했다. “작은 키로 덩크왕도 됐는데, 1군 주전이 어려울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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