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6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프랑스의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 발표로 프랑스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가 미국 반도체 업체 AMD와 대규모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AMD 지분을 최대 10%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 주식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유럽 증시 낙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에 비해 0.21포인트(0.04%) 떨어진 570.24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0.51포인트(0.00%) 내린 2만4378.29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2.11포인트(0.13%) 물러선 9479.14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09.76포인트(1.36%) 하락한 7971.78로,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111.98포인트(0.26%) 후퇴한 4만3146.13에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8.40포인트(0.18%) 내린 1만5556.70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총리의 사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사건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르코르뉘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 장관들을 임명했고, 이날 오후 이들 장관들이 참여하는 첫 내각 회의가 르코르뉘 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다.
르코르뉘 총리는 성명을 통해 "각 당파가 마치 절대다수라도 차지한 양 행동하면서 정파적 욕심만 보이고 있다"며 "총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르코르뉘 총리는 새 내각이 구성된 지 불과 14시간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프랑스 증시는 유럽 주요국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에실로룩소티카, 에르메스 등 명품 업체들이 각각 2.3% 이상 하락했다. 은행주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3.2%, BNP파리바는 4.2% 급락했다.
캐피털닷컴의 수석 시장분석가 다니엘라 하손은 "프랑스의 정치 혼란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오늘 총리 사퇴는 프랑스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이며, 정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픈AI와 AMD의 계약 소식은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오픈AI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6기가와트(GW)어치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또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AMD가 오픈AI에 보통주 최대 1억6000만 주(전체의 10%)를 주당 1센트에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warrants)를 제공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MD의 고사양 칩에서 나오는 리더십은 우리의 진전을 가속화하고 최신 AI를 모두에게 더 빨리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 반도체 패키지 장비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베시(BESI)는 12.4% 급등했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은 2% 상승했다.
주요 섹터 움직임 중에서 석유·가스 업종 지수가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1.3% 상승했다. 이는 OPEC+가 11월로 예정된 원유 생산 증산 폭을 예상보다 적게 발표한 영향이다.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애스턴 마틴은 지속되는 관세 압박을 이유로 2025년 회계연도에 1억1000만 파운드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발표하면서 10.1% 하락 마감했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는 재무와 마케팅, 인사 부서에서 30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1.6% 하락했다.
영국의 포장·제지업체 몬디(Mondi)는 3분기 핵심 이익 성장세가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둔화됐다고 밝히며 16% 하락했다.
미국의 JP.모간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증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투자 의견을 기존의 '중립(Neutral)'에서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유럽 증시는 최근 몇 달간 부진한 성과와 (여러 유럽 국가들의) 각종 정책 지원 이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