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걸고 싶은 포스터’를 만드는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영화의 얼굴, 포스터의 현재③]

2025-04-06

잘 만든 영화 포스터는 작품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얼굴이자, 관객과의 첫 접점 역할을 한다. 2008년 출항한 프로파간다는 영화, 공연, 캘리그래피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업계에서 감각적인 포스터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은교', '내 아내의 모든 것', '소공녀',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신세계', 라우더 댄 밤즈', '부산행', '소울메이트', '범죄도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등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작업했다.

프로파간다 스튜디오(이하 프로파간다) 제작 의뢰 받으면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 콘셉트에 맞춰 표지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디자인을 해나간다.

박동우 실장은 "시나리오를 보내주면 그걸 다 읽고 키가 될 만한 비주얼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비주얼들을 가지고 고객들과 이야기하면서 서로 수정해 나가며 의견을 좁혀 간다"라며 "작품마다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최소 6개월 전부터 제작을 시작한다"라고 전했다.

포스터가 관객을 연결해주는 전략적 인상이라면, 프로파간다는 그 인상을 가장 정교하게 조율해낸다.

프로파간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독보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영화의 한 장면, 인물의 표정, 감정의 결까지 시각적으로 포착해내는 디테일한 감성 디자인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더해진 고유의 캘리그라피는 영화의 분위기와 정서를 텍스트로까지 확장시키며, 단 하나의 이미지 안에 영화의 말투와 태도를 투영시킨다.

박 실장은 "클라이언트들이 저희만의 색깔이 있다고 말씀해 주신다. 포스터만 봐도 '프로파간다가 만든거네'라고 알아보시기도 하더라. 우리는 포스터를 만들 때 내 방안에 가져가고 싶은 포스터를 만들아를 우선으로 한다. 그런 지점들을 잘 봐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도시'처럼 마동석의 얼굴이 전면으로 나와야 하는 포스터도 만들지만 미쟝센이 있는 아트 포스터도 많이 만든다. 그래서 시안을 보낼 때 아트 포스터를 함께 보내고 있다"라고도 전했다.

최근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면서 극장 외벽이나 버스 정류장 등에 붙었던 포스터들이 웹이나 모바일 화면에서 더 자주 소비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포스터 디자인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에 박 실장은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디자인을 할 때 모바일에서 보여지기 위해 변화를 줘야할 때 표현 방식이 바뀐다. '처음부터 모바일 용이니까 이런식으로 해야겠다' 이런 것 보다는 제일 큰 셉을 가지고 플랫폼을 위한 변형을 준다"라고 답했다.

포스터를 볼 때 단순 정보 전달보다는 감정이나 분위기를 조금 더 눈여겨 보는 관객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박 실장은 "포스터를 분석하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예고편 보고 분석하듯이 포스터 보고도 분석해서 커뮤니티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재미있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순작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SNS가 발달하면서 극장에서 포스터를 보는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다. 예전엔 배우 얼굴이 잘 보이면 되는 포스터였지만, 분위기나 오브제, 상징성 등을 중시하는 감성들이 관객들에게 더 와닿는 것 같다. 저희도 그에 맞춰 그런 작업을 많이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네, 최근에 일본 영화 '10일 이내 적군' 작업했어요. 일본의 유명 영화사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한국에 오셨고, 저희랑 미팅한 후 작업이 진행됐죠. 스틸 사진을 가지고 작업했고, 대행사 없이 바로 연결된 케이스입니다. 그 외에 지금 대만 작품도 하나 하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개봉한 '11인의 적군'의 포스터도 프로파간다의 손길로 완성됐다. '타락경찰 모로보시', '고독한 늑대의 피' 등을 연출한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 작품으로 야마다 타카유키, 나카노 타이가가 주연을 맡은 대작이다.

그는 "일본 제작사에서 직접 프로파간다로 메일을 보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한국에 와서 미팅한 후 작업했다. 작업 과정은 한국과 비슷했다. 이 포스터는 저희가 직접 촬영할 수 없어서 주신 스틸로 작업했다. 일본에서도 이렇게 연락을 주시고 지금은 대만 작품의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디자인 업계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생성형 AI의 빠른 발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창작의 영역마저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박 실장은 이 변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AI로 뭔가 창작하는 건 좋아하진 않는다. 다만, 배경을 늘리거나 단순 작업에는 편하게 쓰고 있다. 그러나 AI 이미지에는 뭔가 질감이 텁텁하고 아직 생성된 이미지가 티가 난다. 나중엔 기술이 더 발전하겠지만, 지금은 그걸로 완성된 포스터를 만들고 싶진 않다"라며 "그래도 계속 지켜보고 있다. 무섭기도 하다. AI 관련 창작법도 어느 시점엔 필요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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