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새 정부의 금융기관 조직 개편에 맞춰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한은 노동조합(노조)이 관련 포스터와 노래를 만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 노조는 최근 ‘가계부채 문제 해결 한국은행이 답이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만들어 사내에 배포하고 유튜브에 ‘한은해송(Let’s BOK)‘ 노래를 업로드했다.
포스터에는 가계빚 폭탄을 막기 위한 방지 수단이 필요하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등을 설정하는데 한은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신용, 자본, 유동성 규제 결정 권한을 한은이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해송’의 가사는 ‘한은이 답이다~ 부채폭탄 한은이 답이다’, ‘한은이 참여해야 금~융안정. 한은에 권한줘야 집~값 안정, 한은이 정책해야 민~생안정. 지금 당장 한은해!~’로 한은의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은이 지난달 말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요구한 내용과 동일하다. 한은은 거시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현재 금융위가 가진 DSR, LTV 등의 결정권을 한은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한 번도 안 줄어든 것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하게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히 한은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조는 또 금감원이 수행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 권한 역시 한은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1999년 산하 은행감독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옮겨가면서 금융기관 감독 기능을 잃게 됐다. 현재 한은은 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금감원에 공동 검사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단독 검사권이나 제재 권한은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DSR, LTV 등의 결정권 참여와 금융회사 검사·감독 권한 확대는 한은의 숙원 사업“이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조직 개편이 활발히 논의되자 권한 확대를 위해 회사 및 노조 모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개편 대상인 금감원 노조도 조직 방어에 한창이다. 금감원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금소처를 분리하면 감독 인적자산 분산, 행정비용 증가, 업무중복, 책임 회피 등 조직 쪼개기의 전형적 폐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직 구성원들이나 노조가 권한 확대, 혹은 권한 축소 반대 입장을 나타낼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자칫 밥그릇 싸움 비쳐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