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싹 사라져요"…청년층 유혹하는 사이비식품

2025-10-12

“집중력도 높이고 식욕도 줄여준다길래 사볼까 했어요.”

2년째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 중인 A 씨(27)는 최근 다이어트 커뮤니티에서 ‘식욕 억제에 도움 된다’는 후기 글을 보고 ‘콘타드’라는 제품을 구매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콘서타’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일반식품이었다. A 씨는 “약은 아니라면서 기억력 증가와 체중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후기에 혹했다”고 말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지 않았는데도 의약품처럼 보이게 판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집중력 향상’, ‘식욕 억제’, ‘몰입 부스터’ 등 의학적 효능을 연상시키는 문구로 청년층까지 유인하는 식이다. 일부 제품은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교묘히 차용해 소비자에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식약처는 지난해에도 온라인몰 점검을 통해 이 같은 부당·허위 광고 232건을 적발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감기 예방·변비 치료 등 질병 효능을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였다.

대표적으로 ‘콘타드’는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 인증도 받지 않았지만,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는 ‘집중력 향상’, ‘정서 안정’, ‘인지력 개선’ 등 의학적 효능을 암시하는 문구가 등장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다이어트 커뮤니티에서는 “먹으면 배고픔이 줄었다”, “시험 전 복용하니 집중이 잘 된다”는 후기가 잇따르며 사실상 광고 역할을 하고 있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설명이 광고 문구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을 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제로 착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ADHD는 도파민의 양보다 신경전달 기능의 이상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전문의약품은 복잡한 뇌 신경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내지만, 단순히 ‘도파민을 채워준다’는 식품이 같은 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도파민을 보충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잘못된 논리에 소비자가 현혹될 위험이 크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 같은 ‘도파민 부스터’식 마케팅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뇌신경 작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신의진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과 교수는 “ADHD는 도파민이 부족한 병이 아니라,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신경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라며 “이런 일반식품은 뇌에 직접 도달하지 못하고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도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불안한 부모나 수험생, 혹은 체중을 조절하려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건 비과학적 상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도 “일반식품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인식시키는 광고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며 “온라인몰 등에서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행정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 유무와 영양·기능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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