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필름카메라 열풍...빈티지 라이카 카메라 사용기 [김범수의 소비만상]

2025-10-04

‘돌아온 필름카메라’

오늘날 10~20대 젊은세대 사이에서 레트로가 열풍인 건 ‘반짝 유행’이 아닙니다. 젊은세대들은 기성세대들 상상 이상으로 패션, 공간, 소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레트로 감성을 느끼죠.

젊은세대 사이에서 레트로 유행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소비와 문화의 다양성은 물론 잊혀지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향수도 다시 불러 일으키죠. 대표적으로 ‘필름카메라’ 입니다.

오늘날 서울 충무로 인근에 위치한 필름현상소를 가면 청년들이 줄서서 사진을 현상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곧 불혹의 나이인 기자의 눈에선 생소하고 신기한 장면이었죠. 남녀 할 것 없이 청년들이 장롱에서 아버지가 썼을 법한 필름카메라를 들고 정성들여 사진 하나 하나 현상하는 풍경 30년전 풍경을 고스란히 ‘전이’ 시킨듯한 착각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필름카메라의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진 나머지 해외 직구로 필름카메라,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에 만들어진 빈티지 필름카메라들을 직접 써보기로 했습니다.

◆빈티지 라이카 카메라 구입기

카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무엇일까요. 독일의 라이카라고 해도 크게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듯 합니다. 1849년에 설립된 라이카는 소형카메라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카메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으로도 유명하죠. 그 만큼 역사가 오래됐고, 헤리티지(Heritaga) 충만한 카메라를 꾸준히 만들었습니다.

라이카를 구입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진 않습니다. 일단 유명한 브랜드였고, 디자인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오래된 기업 답게 중고 매물이 많았습니다.

여러 라이카 카메라 모델 중에서 선택한 것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에 제작된 ‘라이카 IIIf 레드다이얼(rd)’ 모델입니다. 독일의 기계공학자 오스카 바르낙이 개발했다고 해서 ‘라이카 바르낙’이라고도 불리는 모델이죠. 또한 이 모델은 다른 모델에 비해 많이 생산돼 중고가도 우리가 생각하는 라이카 카메라 가격에 비해 월등히 저렴합니다.

1952년에 생산된 제품이라면 기자의 아버지보다 더 올드한 몸입니다. 사용하기 전까지 노인공경이 아니라 노인공격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죠. 일본의 중고카메라 업체로부터 구입하니 항공특송으로 불과 1박2일 만에 손 안에 도착했습니다. 렌즈는 당시 라이카 바르낙에 주로 사용됐던 침동식 엘마 렌즈(Elmar 50mm f/3.5)를 따로 구입했습니다. 렌즈는 오늘날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 처럼 렌즈 교환이 가능합니다.

라이카 바르낙은 기계식 카메라입니다. 쉽게 말하면 건전지가 들어가지 않으며 노출, 초점, 조리개값을 직접 계산해 세팅한 뒤 셔터를 감아서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1980년대 이후 주름잡은 반자동 또는 자동 필름카메라에 비하면 어렵고 불편하죠. 다만 금속으로 제조된 묵직한 카메라를 손으로 하나씩 조정해 촬영하는 ‘쇠맛’은 확실합니다.

라이카 바르낙은 대표적인 거리계 연동 방식의 레인지파인더(RF) 카메라 입니다. 초점을 잡지 않고 뷰파인더를 보면 피사체가 두개로 보입니다. 피사체가 두개에서 하나로 합쳐지게끔 카메라 초점을 조정하는 구조죠.

RF 카메라는 필름카메라 중에서도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쓰인 옛날 방식입니다. 초점 맞추는데 긴 시간이 필요해 인물 촬영할 때 특히 불편하죠. 다만 과거의 전설적인 사진가들은 이 방식으로도 역사에 남을 사진을 찍었으니, 연장 탓이 아니라 실력탓을 하는게 맞는 듯 합니다.

조리개값과 노출은 따로 노출계를 구입해 쓰는 방법이 있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노출값을 설정할 수 있죠. 노출값과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감고, 셔터스피드를 조정한 뒤 촬영을 하면 끝입니다. 참 쉽죠? ‘딸깍’하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 기계식 카메라라니 사용하는 내내 시대착오적이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필름카메라는 ‘연습’과 ‘인내’

멸종된 줄 알았던 카메라필름도, 사진현상소도 존재합니다. 필름은 여러가지 종류의 필름이 있지만, 대부분 코닥 필름에 다른 상표를 덧칠한 ‘택갈이’니 코닥 필름이면 충분합니다. 필름은 화질별로 대형, 중형, 소형으로 용도에 따라 카메라용과 영화용 필름으로 나뉘지만, 일반적으로 35mm 소형 카메라필름이 쓰이죠. 필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손으로 필름을 되감은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상소를 찾아가 현상을 했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셔터를 누른 즉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필름카메라는 현상하기 전 결과물을 알 수가 없죠. 어떤 사진이 나올까하는 기대감이 젊은세대가 필름카메라에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의 독특한 질감도 큰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받아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력에 따라 촬영한 상당수가 빛이 과도하게 노출됐거나, 흔들렸거나, 원인도 모르게 ‘망한’ 사진들이죠. 특히 연식이 오래된 기계식 카메라 일 수록 실패율은 높습니다. 사용하는 방법도 어렵거니와 노후화로 빛이 새는 등 기계적 결함도 있을수 있죠. 몇 번 현상하다보면 구입한 필름카메라들을 모두 처분하고, 필름카메라 ‘느낌’을 내는 디지털카메라를 사고 싶어집니다.

◆역사속 라이카 카메라와 사진들

‘서투른 목수가 연장탓’ 한다고 망한 사진의 책임은 결국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과거 사진의 거장들은 기계식 사진기로 역사에 남을 사진을 찍었으니깐요. 특히 라이카는 역사적으로나 품질로나 많은 인물들에게 사랑받은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라이카 답게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2차 세계대전 당시 명장 에르빈 롬멜도 라이카 III 모델로 최전방을 촬영했고, 같은 시대 유명한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도 기자와 같은 라이카 IIIf rd 모델을 사용했죠. 또한 기업의 역사가 오래됐다보니 한 번쯤은 봤을법한 유명한 사진 중 라이카로 촬영된 사진이 많습니다.

라이카는 1953년 오늘날에도 명맥이 이어지는 ‘M 시리즈’의 첫번째 카메라인 M3 모델을 발표합니다. 이 카메라는 당시 기준으로 너무나 훌륭하고 편리하며, 완벽에 가까운 RF 카메라 성능을 자랑했죠. 오죽했으면 라이카와 경쟁 중이었던 일본 카메라 기업들이 RF 카메라 생산을 중단하고 일안반사식(SLR)으로 집중할 정도였습니다.

라이카 M3를 애용했던 사진가는 전설적인 프랑스 사진가이자 국제 사진가 비영리단체 매그넘의 공동창립자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입니다. 브레송이 커다란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이른바 ‘각잡고’ 찍는 방식을 싫어했고, 길거리에서 ‘찰나의 순간’을 촬영하는 걸 선호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기준으로 가볍고 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라이카 M3야말로 적절한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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