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입학생들의 평균적인 수학 실력은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
계산을 하고 답을 구하는 것은 잘하지만, 정작 수학교육의 근본 목표인 논리적 사고력 부분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집합론’과 ‘수학논리 및 논술’이란 과목을 강의하면서 내용의 수준을 파격적으로 낮추어도 학생들은 힘겨워한다. 학생들은 아주 간단한 것조차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서술하거나 답을 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어려워한다기보다는 논리를 만나면 뇌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왜 논리를 만날 때 뇌정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은 우리 사회의 문화와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정확하게 말하고 서술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 문화에서 자라다 보니 그런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결국 논리적 사고가 낯설고 어려운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수학이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집합, 명제, 함수 등과 같은 논리적 사고에 필요한 개념들과 그 활용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지 않게 된다. 우리 사회의 문화와 교육이 모두 논리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합리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인식 필요
논리적 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사고’는 현대사회에서 개개인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고법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그것은 바로 합리적인 사고 자체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태도이다. 합리적인 사고 자체를 경시하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판단을 하더라도 자신이 부끄럽다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사고하거나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저 자기 마음에 끌리는 정보만 선택하고 직관에만 의존해 판단하다 보면 사고가 합리적이지 않게 된다. 심지어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를 껄끄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
결국 이런 태도가 합리적 사고법의 핵심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작아 보이는 것이라도 분명한 증거라면 그것을 인정하는 태도, 자기 생각과 배치되는 사실이라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야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미국에는 아주 많다.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아무리 많이 들어주어도 그들은 절대 그런 증거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지구가 생긴 지가 약 46억년이 아니라 6000년 정도라는 젊은지구론을 믿는 사람이 아주 많다. 심각한 암에 걸렸는데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은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 알려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사람도 많다.
음모론 믿음, ‘인정 태도’ 결여 때문
좋은 판단력과 분별력은 좋은 정보력으로부터 나온다. 정보력이란 올바른 정보와 상황에 적합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힘이고 그러한 힘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태도가 있어야 가질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촉발된 좌우 진영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근거 없는 음모론이 판을 치고 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증은 마치 전염병처럼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음모론을 믿는 것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를 믿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선관위 사무총장뿐 아니라 선관위 직원들 전체를 의심한다. 사무총장이 “선관위 서버는 해킹이 불가능하다” “개표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부정선거가 가능하려면 수십만 명이 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인 간첩 사건과 중국 정부의 대한민국 침탈 음모 등도 기이하다.
심각한 국내 문제들과 양안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은 타국의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극도로 경계한다. 수많은 간첩을 동원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한국의 선거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지만 내정 간섭을 경계하는 중국이 그런 자해 행위를 시도할 정도로 멍청할 리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