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희 이사장, "우리 점포에 올 수밖에 없는 초가성비를 확보하라"
외식업, 초불확실성 시대 변화와 혁신 통한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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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주최 ‘2025 외식산업 CEO심화과정 신년교례회’가 지난 2월 13일 서울 aT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박형희 이사장(본지 발행인)은 ‘초불확실성 시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 전략’을 주제로 경영특강을 진행했다. 250여 명이 들어찬 자리에서 박 이사장은 강연을 통해 위기가 일상이 된 국내외 식품·외식업계의 동향 및 과감한 개선과 혁신으로 우리 고객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살폈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서도 분석하고 혁신하면 답 나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로도 외식업 경영 환경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을 맞닥뜨려야 하는 실정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변화의 방향도 금방 알 수 없어 일어날 확률이 극히 희박한 일도 얼마든지 일어나고 마는 세태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1965년 “마이크로 칩의 성능이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고든 무어의 법칙이 무색하게 2020년 “AI의 계산 능력이 2년마다 100배씩 증가한다”는 젠슨 황의 법칙이 통하는 요즘이다. 경영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아서 경영 환경도 10배 이상 빠르게 바뀌고 경영 위기도 10배 이상 급격히 심해지고 있다.
나아가 경제 성장률 1.1%를 바라보는 저성장기에 놓인 현실에서 박형희 이사장은 “팬데믹 이후 우리는 성장을 기대했지만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짚으면서 “식품·외식업계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경기침체 및 장기불황에 나타나는 외식업계의 여섯 가지 현상으로 ▲피크 타임이 짧아진다 ▲객단가가 낮아진다 ▲고객 체류시간이 짧아진다 ▲일 매출 등락이 심해진다 ▲단체 고객이 급감한다 ▲영업시간/일수가 짧아진다 등을 꼽았다. 여섯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 매출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박 이사장은 “대다수 식당이 공통으로 해당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잘 분석하면 답이 나오고 대책을 만들 수 있다”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힌트를 던졌다.
박 이사장은 “외식업계의 키워드가 2020~2023년에는 생존이었다면 2024~2025년에는 압축 성장”이라며 “성장하지 못하면 잔인하게 퇴보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수정·보완·개선은 물론 급진적인 탐험·혁신이 필요하다”면서 “등산하지 말고 탐험하라”는 직언 또한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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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기준 맛 아닌 가격, 외식보다 집밥 선호 뚜렷
위기 시대 식품·외식업계의 주요 변화 시그널은 ▲불황형 소비 시대 ▲마이크로 양극화 시대 ▲승자 독식 시대 세 가지로 풀이된다. 코로나19와 저성장기를 마주하며 기업(점포)의 격차가 커지고 승패가 명확히 나뉘는 승자 독식의 세계 한가운데에서 무엇이 승자 독식을 만드는지는 불황형 소비와 마이크로 양극화를 분석함으로써 알아챌 수 있다.
불황형 소비의 핵심은 외식업체의 선정 기준이 맛이 아닌 가격이 됐다는 의미다. 내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던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이 가고 꼭 필요한 것만 소량으로 구매하는 요노족(You Only Need One)이 온다는 점도 이와 같은 흐름의 맥락이다. 외식보다 1000원대의 컵라면이나 5000원대의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며 밀키트(meal kit)나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을 활용한 집밥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나 백화점도 기존 부스를 줄이고 그 공간을 신선조리식품으로 채우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고객들에게 더 값싼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점포에서 즉석식품을 사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운영을 시작하면서 즉석식품 누적 판매량이 6월 30일 기준 1만개에서 7월 31일 7만5000개, 8월 15일 13만5000개로 급증했다. 가히 외식업계의 경쟁자가 식품유통업계로 뚜렷하게 떠오른 셈이다. 식당과 식당 간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식당이 구내식당뿐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인 시점이다.
일·중 등 초저가 메뉴 판매로 MZ 사로잡은 브랜드 주목
일본에서는 나가사키 짬뽕을 판매하는 ‘링거헛’이 기존 메뉴의 가격을 전원 동결하는 대신 곁들일 수 있는 만두를 2개, 3개, 5개 등 소량 구매가 가능하게끔 했다.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사이제리야’도 음식 가격을 동결하고 273~455엔(약 2600~4300원)에 제공하며 다시금 재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중국에서는 뷔페를 운영하는 ‘난천샹’이 3위안(약 600원)만으로 조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데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쑤메이’는 가장 저렴한 빵이 단돈 2위안(약 400원)에 불과하다. 저성장기에 빠진 각국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저마다의 초저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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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양극화 사이 승자 되려면 초가성비 상품력 갖춰야
한편 양극화가 상품, 분위기, 목적 등에 따라 세분화되는 마이크로 양극화 역시 함께 겪고 있다. 이른바 평균 실종 시대로 초저가 대 초고가 간의 격차가 계속해서 커지는 양상이다. 버거도 ‘노브랜드버거’의 제일 싼 메뉴가 2900원인 반면에 ‘고든램지버거’의 제일 비싼 메뉴는 14만원에 이른다. 케이크 또한 편의점에서 파는 제품은 5000원, 호텔에서 파는 제품은 40만원으로 차이가 극심하다. 그럼에도 신라호텔 한정판 케이크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는 사전예약을 받은 지 딱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이에 박 이사장이 내린 핵심은 상품력이었다. 박 이사장은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의 상품력으로는 안 된다. 이제 다시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위기 극복의 키워드는 그냥 상품력이 아닌 초가성비 상품력”이라며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가성비, 이 점포에 올 수밖에 없는 가성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 식당 와야 할 이유, 단순 고객 넘어 열광적인 팬 만들기
기업의 유일한 수익 원천이자 기업이 성장하는 조건의 근간은 바로 고객이다. 즉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박 이사장은 하나의 조건을 더 붙였다. “지금은 그냥 고객으로는 안 되고 열광적인 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우리 점포의 열광적인 팬으로 만들지 않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전반적인 소비가 줄었고 웬만한 메리트가 없으면 그 식당을 안 간다. 하지만 열광적인 팬이 된다면 가격과 상관없이 그것만으로 그 식당을 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우리 점포의 우리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을 도모하려면 다음 요인이 필요하다. ▲우리 고객의 니즈 파악 및 예측을 통한 상품 개발 ▲우리 고객의 가격 저항성, 수용 수준을 파악한 가격 책정 ▲우리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력 유지를 위한 원가 관리 및 품질 관리 ▲시대 및 고객 니즈 변화에 부합하기 위한 지속적 변화와 혁신 네 가지다.
세븐&아이홀딩스 스즈키 도시후미 CEO는 “소비가 부진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기업이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으면 반드시 고객은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장기불황에도 우리 고객의 니즈에 맞는 초가성비를 발굴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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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 적응 위해서는 태생적 한계 부수기 필수
고성장기가 끝나고 저성장기가 시작된 이때 과거 강자가 몰락하고 신생 강자가 부상하는 갈림길은 시스템의 태생적 한계다. 창업했을 무렵부터 수십 년 고수하던 시스템은 성장의 끝에 들어 한계가 점점 정해지고 만다. 이 태생적 한계를 탈피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다음 시대의 다음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린 셈이다. 박 이사장은 “한계에 봉착한 기업이라면 모두 달라져야 한다. 조직 문화를 바꾸고 직원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에는 정해진 한계가 있으나 세상은 무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불확실한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그 변화를 알았다면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면서 “많이 가고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라”고 조언했다.
업의 본질 잃지 않고 비즈니스 재설계할 때 혁신 가능
박 이사장은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노력과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 혁신으로써 판을 바꿔야만 한다”며 혁신을 다시금 키워드로 꺼냈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노력하고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업체를 아주 조금은 앞설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빌려 “혁신은 수요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가에 의해 탄생한다. 진정한 기업의 발전은 창조력이 뒷받침된 혁신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즉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리더가 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혁신을 위해서라면 비즈니스를 재설계하라”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가 타 업종과 융복합하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상술한 태생적 한계를 탈피하고 혁신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를 돌아봤다. 기존의 매장 장사에서 벗어나 1만원대 ‘보쌈도시락’을 내놓은 원할머니보쌈족발, 밀키트 브랜드 ‘하루한킷’을 등장시킨 바른식, 반찬 브랜드 ‘집반찬연구소’를 시작한 산너머남촌 등이 대표적 예시였다.
위 기업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최대 강점을 살려 시대가 원하는 가치(경쟁력, 상품력)를 발굴해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상대 가치가 아닌 절대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최고는 상대적이지만 완벽은 절대적이다. 더 좋은 것이 아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을 추구하라”고 말했다. 그런 혁신을 위해 필요한 한 단어가 곧 Why다. 박 이사장은 “20세기가 How의 시대라면 21세기는 Why의 시대”라면서 “고객이 왜 우리 점포에 올 수밖에 없는지, 우리 기업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며 각자를 돌아볼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강연을 통해 박 이사장이 틈틈이 분명히 강조한 부분은 “업의 본질을 잃지 말라”는 점이었다. 철저히 업의 본질을 지키고 기본과 디테일에 충실한 가운데 기업의 경쟁력을 단단히 하고 제품의 상품력을 높이 올리는 일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변화의 파고를 어떻게 맞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항상 변화를 읽고 대책을 준비하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특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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