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4년 5개월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등 14명에 대해 원심의 전원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검찰 수사가 근거 없는 ‘대기업 때리기’였음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법원이 지난해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2심에서도 검찰의 주장이 모두 기각됨에 따라 더 이상의 법적 공방은 무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과잉 수사로 삼성이 사법 리스크 덫에 갇힌 10년 동안 우리 경제가 입은 손실은 막대하다. 이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7년 2월부터 1년 반 넘게 구속 수감된 데 이어 불법 승계 문제로 발목이 잡혀 100차례도 넘게 법정에 불려 다녔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와중에 국내 최대 기업의 손발이 묶여 있던 셈이다. 삼성이 첨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조짐을 보이고 중국의 맹추격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사이 한국의 성장 동력은 눈에 띄게 약화했다. ‘반도체 종주국’이라는 위상은 흔들리고, 글로벌 AI 경쟁에서는 거의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
이제는 정략적인 ‘적폐 사냥’으로 기업을 희생양 삼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검찰은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말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그릇된 공명심과 자존심을 앞세워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키고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삼성이 사법 족쇄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뉴삼성’ 가동에 올인해야 할 때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선대 회장의 ‘혁신 DNA’를 되살려 명실상부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법적 부담이 사실상 제거된 만큼 이제는 이 회장을 구심점으로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고 과감한 투자와 고급 인재 육성, 전략 재정비에 속도를 내서 주력인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기술 개발과 미래 성장 동력 점화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신사업 육성을 위해 대형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