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여권 사본만으로 외국인 회선을 개통해 줘 대포폰·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KT의 경우, 본인 확인 없이 현지에서 취합한 여권 사본만으로 국내 입국 전 유심을 미리 보내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이통3사 5G 표준약관 내 외국인 개통 관련 요건'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별로 외국인 본인확인 서류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통신사는 여권 사본만으로도 후불 회선을 개통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0년 203만명에서 2024년 265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 수요도 늘면서, 통신사도 외국인 대상 후불 상품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확인 절차상 허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내국인은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위·변조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지만, 외국인은 여권 스캔만으로 개통이 가능해 사본의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규제 사각지대는 대포폰 양산과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7월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8000억원, 연간 환산 시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외국인 명의 대포폰 적발 건수만 해도 2024년에 7만건을 넘어, 외국인 본인확인 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냈다.
KT는 베트남, 네팔 등 현지에서 본인확인 없이 5G 후불 서비스 가입자를 모집하고 국내 입국 시 자동 개통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유학 등 알선업체를 통해 현지에서 취합된 여권 사본만으로 국내 입국 전 유심을 미리 지급했다. 본인확인 의무를 건너뛰고 불법 영업을 벌인 셈이다.
외국인의 경우 계좌 개설, 신용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한 '후불 유심 방식'은 개통이 어려워, 대체로 90일 이내의 체류 기간 동안에는 선불 유심으로 가입해 데이터 통신과 전화 수발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KT는 특정 비자(E7 특정활동, E9 비전문취업, D2 유학, D4 일반연수)를 소지한 외국인에게 입국 전 현지 취업·유학 알선업체를 통해 여권 사본을 접수하고, 입국 전 후불 유심을 배부했다.
입국 시 후불 유심 방식으로 선개통이 이뤄지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2~3개월 차에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으면 대면 본인확인 절차 없이 등록증 사본을 통해 명의 변경까지 처리해 주는 불법 영업 방식으로 외국인 가입자를 모집해 왔다.
최형두 의원은 "외국인 회선 개통 시 본인확인 절차가 허술한 것은 대포폰 양산과 보이스피싱 범죄의 온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외국인 회선의 본인확인 기준을 강화하고, 통신사의 부정가입방지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 외국인 선·후불 회선 개통 시 본인확인 구비서류 등 기준 강화 ▲ 외국인 신분증 사본 판별 솔루션 및 출입국관리소 연계를 통한 부정가입방지 시스템 고도화 ▲ 후불 회선과 선불 유심 이용 연장 시 본인인증 절차 강화 ▲ 외국인 다량 개통 유통점에 대한 전수조사 및 모니터링 정례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