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외국인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이 열렸다.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롯데 터커 데이비슨이 마운드에 올랐다.
두 명 모두 최근 팀에 믿음을 주지 못한 외인 투수들이었다.
6월까지 에르난데스는 9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 4.61을 기록했다. 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단 4경기에 불과했다.
데이비슨은 16경기에서 6승4패 평균자책 3.67로 에르난데스보다 나았다. 하지만 6월 성적만 보면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 7.71로 이유모를 부진에 빠져 있었다.
두 투수의 소속팀들은 순위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LG는 2위, 롯데는 3위로 이날 경기 전까지 격차는 1경기에 불과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두 투수는 역투를 펼쳤다.
에르난데스는 5회를 채우지 못했다. 4이닝 2안타 4볼넷 4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5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첫 타자 전민재와 8구째 씨름한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어 정보근과는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교체 사인이 나왔다. 에르난데스의 투구수는 이미 96개에 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 평균 구속도 148㎞을 기록했지만 매 이닝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데이비슨은 모처럼 호투를 펼쳤다. 6이닝 6안타 1홈런 3볼넷 8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LG가 3-2로 승리해 데이비슨은 패전의 멍에를 썼다.
팀의 승패로 놓자면 에르난데스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투구 내용으로 보자면 데이비슨이 더 나았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보직을 가리지 않은 호투를 펼쳤다. 정규시즌에서는 선발로 던졌다가 포스트시즌에서는 중간 계투로 위치를 바꾼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 7.1이닝 10삼진 무실점 2세이브 1홀드 등을 거뒀고 플레이오프에서도 1경기 3.2이닝 5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쳐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시즌에는 개막 전 요니 치리노스와 함께 1선발의 자리를 다툴 정도였다. 하지만 팀이 한창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던 때인 지난 4월2일 0.2이닝 8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다음 경기인 4월9일 키움전에서도 5.1이닝 4실점하는 등 부진에 빠졌다. 4월15일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토히트노런을 이끄는 활약을 하면서 살아나는 듯 했으나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6주 동안 자리를 비우는 불운을 맞았다.
복귀 후에도 들쑥날쑥한 투구를 계속 이어나갔다. 5월30일 삼성전에서 복귀 후 지난 1일 롯데전까지 6경기 중 5이닝을 넘긴 경기는 단 두 경기 뿐이다.
LG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치리노스 역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 지난 6일 키움전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달성에 실패했다. 염경엽 LG 감독이 “외국인 투수들이 제일 걱정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돌리고 국내 자원 중 하나인 이정용을 선발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시즌이 절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꺼낼 카드는 아니다. 지난달 중순까지 1위를 지키다가 한계단 내려온 LG로서는 더이상 순위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롯데도 역시 사정이 녹록치 않다. 데이비슨이 이날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앞으로 계속 안정감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지켜봐야한다. 롯데는 국내 선발진이 약한 팀이기 때문이다.
시즌 초 가파르게 8승까지 쌓아가던 국내 에이스 박세웅이 최근 부진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직전 등판인 6월29일 KT전에서 5.1이닝 3실점으로 7경기만에 9승째를 따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나머지 국내 선발 중 하나인 나균안은 16경기에서 2승(5패)만을 기록 중이다. 올시즌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이민석은 8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를 단 한 차례만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원투 펀치가 자리를 잡아줘야하는데, 대체 외인 투수로 온 알렉 감보아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감보아는 6경기 5승1패 평균자책 2.50으로 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데이비슨은 시즌 초 보여줬던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롯데 선발진 평균자책은 4.94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롯데 역시 4위 KIA가 0.5경기 차이로, 5위와 6위 KT가 3경기 차이로 쫓아오고 있다. 이대로 순위를 유지해서 전반기를 마친다고 해도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까지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는 올해에는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
7월이 시작되자마자 열린 첫 경기에서 양 팀은 고민을 해소하지 못했다. 1일 경기가 화요일이라 두 명의 투수는 4일 휴식 후 일요일 경기인 6일에 등판할 예정이다. LG는 대구에서 삼성과 만나고 롯데는 광주에서 KIA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주 두번째 등판이 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