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Ⅲ. 2025 Dining Trend] 지속가능한 미래로, 2025 한국 외식산업의 새로운 도약

2025-02-11

2024년 한국의 외식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한 해였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 12월호에 게재된 “[HR Review_ Restaurant] 2024 외식산업 총결산: ‘흑백요리사’가 연 K-푸드의 새로운 지평” 기사에 따르면, 2024년 초반에는 고물가, 고금리, 인건비 상승의 삼중고로 인해 2분기 외식업체 폐업률이 6290곳(4.2%)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시기와 맞먹는 수준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점심 수요 감소, 혼밥 문화 확대, 가성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 변화는 기존 외식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성공을 기점으로 업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여기에 미쉐린 가이드의 부산 진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A50BR) 등 국제적인 미식 행사들이 국내에서 연이어 개최되며 K-다이닝의 세계화 가능성이 입증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유럽연합(EU), 뉴질랜드, 프랑스 등 주요 식품 수출국들이 대규모 쇼케이스와 프로모션을 통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미식시장이 글로벌 식품산업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국내 외식업계는 건강식, 비건, 로컬 식문화 등 다양한 트렌드를 흡수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저속노화(Slow Aging)’가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무알코올, 무설탕 제품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건강 중심의 소비 패턴이 뚜렷해졌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성장이 요구되는 2024년이었다. 새로운 장을 펼친 2025년,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2024년 12월호 송년특집 [HR Review_ Restaurant] 2024 외식산업 총결산: '흑백요리사'가 연 K-푸드의 새로운 지평

2025 외식산업 6대 트렌드를 주목하라

‘스마트 세이버’부터 ‘AI 혁신’까지… 변화하는 소비 지형도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한국 음식문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초유의 경기침체로 소규모 외식 자영업의 폐업이 속출하고 내수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과 달리, K-푸드는 글로벌 무대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식품 수출과 외식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까지 더해져, 한식의 세계적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와 김성화 외식 전문 기자가 공저한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는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시장 상황 속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의 흐름을 포착했다. 이들은 2025년 주목해야 할 핵심 트렌드로 6가지를 제시했다. △불황 속 가성비 중심의 ‘스마트 세이버’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 러시를 의미하는 ‘먹는 김에 세계 일주’ △세대를 초월한 ‘최적화 외식’ △새로운 소비 행태인 ‘푸드쇼퍼’ △AI 기술 혁신의 ‘나의 친절한 AI’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한식의 뉴 헤리티지’가 그것이다.

시장의 암흑기와 문화의 황금기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시기에, 소비자들의 세대 간 경계가 흐려지고 인공지능이 노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외식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한 경제 불황과 기후 위기는 식재료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가성비 높은 외식을 찾아 나서거나 집밥을 대체할 간편식을 선택하는 등 ‘스마트 세이버’로 변모하고 있다. 동시에 해외 브랜드의 활발한 국내 진출, 세대를 뛰어넘는 맞춤형 외식 시장의 성장, 쇼핑처럼 맛집을 찾아다니는 ‘푸드쇼퍼’의 등장,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레스토랑’의 확산 등 새로운 트렌드들이 외식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처럼 2025년 외식 시장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됐다.

2024년은 소규모 외식 자영업 현장의 연이은 폐업과 축소로 내수 시장은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K-푸드의 글로벌적인 열풍으로 식품 수출 및 외식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해였다. 이를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의 저자들은 “시장의 암흑기와 문화의 황금기가 공존하는 유래없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2025년의 외식산업 트렌드를 몇 가지의 키워드로 살펴보자.

I. DINING

혼돈과 변화, 그리고 진화… 세대를 초월하는 ‘퍼레니얼’ 시대 열어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의 저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외식산업이 다양한 형태의 공존과 포용으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현상을 설명하고자 ‘퍼레니얼(Perennial)’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én)이 제시한 이 개념은 “자신이 속한 세대의 보편적 특징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세대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5>와 <2025 트렌드 모니터>에서도 최근의 소비 특성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옅어지고 자신만의 특별한 취향을 추구하는 추세가 강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25년 외식시장에서 또한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노력과 시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에서는 △고객 경험 △운영 효율성 △비용 절감 등의 극대화를 외식업에서 고려할 ‘최적화’ 사항으로 꼽았다. 주문과 결제 방식을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최적화하고, 고객의 접근성과 예약 편의성을 높이는 디지털 예약 시스템 구축, 노쇼 방지 시스템, 비대면 줄서기 시스템 등의 기반을 더욱 다져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키오스크 등 셀프 주문 기기나 예약 플랫폼은 디지털 취약 계층이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사용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업장이나 시스템 개발 기업에서는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의 편의를 고려하는 기술 서비스 또한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쉐린부터 A50BR, 서울미식주간까지… 미식도시 위상 다진다

2025년의 서울은 글로벌 미식 도시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한다. 미쉐린 가이드의 새로운 발간을 시작으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까지, 국제적 미식 행사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가장 먼저 2월 공개 예정인 <미쉐린 가이드 2025>는 지난해 8월 선공개된 8개 레스토랑을 통해 서울 미식의 다양성을 이미 입증했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레스토랑들이 미쉐린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한약재로 키운 토종닭을 사용하는 ‘야키토리 키유’부터 100% 식물성 재료로 중식을 선뵈는 ‘알트에이’, 미나리의 알싸한 맛을 살린 ‘능동미나리’의 곰탕까지, 서울 미식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

미쉐린 가이드 관계자는 “2010년 전후로 시작된 한국의 컨템포러리 퀴진이 지난 15년간 안정적으로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며 “특히 최근 컨템포러리 퀴진이 다양한 오리지널 퀴진 카테고리와 어우러지며 현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통 한식과 컨템포러리 한식이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확장과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3월에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50BR) 어워즈가 2년 연속 서울에서 열린다. 작년의 성공적 개최에 이어 3월 25일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이 발표될 예정이다. 행사는 #50BestTalks, 50 Best Signature Sessions, Chefs' Feast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A50BR 콘텐츠 디렉터 윌리엄 드루는 “서울의 미식 산업은 전도유망한 셰프부터 창의적인 외식사업가, 경계를 허무는 레스토랑까지 아시아와 전 세계를 매료시킬 혁신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은 “본 행사를 통해 한국의 다채로운 식재료와 훌륭한 셰프들이 널리 알려지고 한국의 외식 산업이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A50BR은 시상식에 앞서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상, 진 마레 호스피탈리티 최고상,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원 투 워치 어워드 등 특별상과 51-100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국제적 미식 행사들의 연이은 서울 개최로 한국 미식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울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글로벌 미식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2025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식,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글로벌 미식 트렌드 발돋움

한편 한식은 전례 없는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이 지난 12월 6일 민속극장에서 개최한 ‘2024년 한국의집 한식 포럼’에서는 전통 한식의 현대화와 글로벌화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포럼을 기획한 김광희 국가유산진흥원 한류진흥실장은 “어느 때보다 한식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파인 다이닝 업계에서도 전통 한식에 대한 근본과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궁중음식을 기반으로 한 전통 한식의 발전과 보급에 지속적으로 힘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사로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홍성태 명예교수, 호서대학교 식품영약학과 정혜경 명예교수, 미쉐린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의 권우중 오너셰프가 참여했다. 홍성태 명예교수는 ‘한식 트렌드와 전통 한식의 브랜딩’을 주제로 마케팅 방향성을 논하며, 특히 “품질이 좋으면 언젠가 알아준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면 산다.”고 말한 그는 “이 구매욕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명예교수는 글로벌 식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짚으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20세기 후반 패스트푸드로 대변되는 서구 음식문화가 주도했다면, 21세기는 각국의 민족 음식과 슬로푸드가 부상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특히 “건강과 환경 중심의 ‘자연 회귀’가 커다란 흐름이 되면서 기름진 서양식보다 담백한 채식이 선호되고, 베지테리안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계화로 탄생한 새로운 엘리트층이 다양한 음식을 쉽게 흡수하면서 각국의 전통 음식이 새로운 미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 그는 “한식 역시 파인다이닝부터 스트리트 푸드, 가공식품까지 K-푸드로서 세계인의 식탁에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한국 음식의 미래 가치를 여섯 가지로 제시했다. △채식 위주 △밥 중심 △발효음식 △제철식품 △지역산물로 대표되는 전통 식생활의 가치와 함께 건강 측면의 대안 가치,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중요시돼야 하며 여기에 △감사와 배려를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가치, △섞음을 통한 조화의 가치, △장수와 치유의 가치가 더해져야 한다.

전통 한식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전통 한식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되, 글로컬 시대에 맞는 민족음식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문학적 측면의 콘텐츠화, 중인음식과 서민음식 발굴 등 다양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전통 한식의 조사, 기록화, 체계화와 함께 현대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한식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한식 전문 셰프 육성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며, 식재료에 대한 이해, 향토음식의 체계화, 종가음식의 전승을 위한 교육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되 대중적 상품화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이어갈 후속 세대 육성 또한 중요하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는 한식 파인다이닝이 직면한 현실적 과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한식 파인다이닝의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이라며 “오리지널 한식에 현대성을 가미하는 방향이 아닌, 양식이나 일식을 베이스로 한식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다 보니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정확히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식 파인다이닝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했다. 권 셰프는 “오너셰프 레스토랑 몇 곳을 제외하고는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며, 제대로 된 서비스 인력과 경력직 요리사의 부족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식 5~10년차 수셰프급 인원들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타 분야로 이직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해결책으로는 “부자의 검소함이라는 잘못된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외국인 셰프 비자 제도 개선, 제대로 된 창업 자금 지원, 한식 커리큘럼 강화, 토종 식재료 유통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식 연구소 설립, 전통주와 그릇의 발전, 기업과 셰프의 협업 강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무적인 변화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류와 함께 한식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고, 외국인 고객들은 한국적 문화와 분위기를 특히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셰프는 “대중적 한식에서 시작해 컨템포러리 한식, 나아가 클래식 한식으로 관심이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11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서는 연사들과 조희숙 한국의집 조리고문과 김도섭 국가유산진흥원 한식연구팀장이 참여해, 파인 다이닝을 적용한 전통한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식을 전공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상당히 열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젊은 친구들은 한식을 외면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김치, 장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김치와 장에 대한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과 미식은 취향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강조했다. “파인 다이닝은 현실적으로 너무 비싸지만 최근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 정 교수는 “경험하고 배우고 트렌드를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식을 뿌리로 두고 끊임없이 한식을 컨텐츠화 하는 것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푸드를 넘어서는 다양한 한식을 소개하고 싶다.”며 한식 파인다이닝이나 전통 한식을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하면 좋을지 묻는 여행 가이드의 말에 조희숙 조리고문은 “외국인들이 빈대떡, 삼겹살, 불고기, 잡채, 비빔밥 등을 한식으로 꼽고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한식을 만났을 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며 “음식은 경험을 시켜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 사람들도 궁중음식을 통해 나오는 ‘파인’한 한국음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것을 접하게 해주는 방법이나 길을 찾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맛과 가격을 넘어선 새로운 선택지, ‘지구적 사고’

윤리적 가치를 고려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이른바 ‘지구적 사고’는 2025년에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공정 거래 등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보다 강조되고 있어, 외식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해 식탁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전례 없는 기상이변으로 농수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외식업계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직면했다. 업장에서의 변화는 더 나아가 외식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는 “실제로 많은 외식업체가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등 새로운 식재료 연구 개발과 계절의 영향이 적은 지속가능한 식재료의 소싱을 핵심적인 역량으로 보고 지역 농가와의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는 추세와 기후변화에 강하거나 달라진 기후에 맞는 새로운 품종의 발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호텔 체인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힐튼의 “Travel with Purpose”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책임 있는 여행과 관광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탄소 배출 감축, 물 사용 절감, 폐기물 저감과 같은 구체적인 환경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특히 힐튼의 럭셔리 브랜드인 콘래드 서울은 이러한 글로벌 ESG 정책을 한국 시장에 맞게 구체화해 실천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Winnow food waste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해 음식물 쓰레기의 자동 분리를 실현했으며, 회의실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더불어 지속가능한 수산물 인증인 ASC/MSC 인증 수산물의 사용 비율을 2023년 32.7%에서 2024년 36%로 확대했으며, 모든 외식업장에서 동물복지계란을 15% 이상 사용하고 있다. 2025년에는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ASC 인증 광어 구매 계약을 추진하며 수산물 지속가능성 향상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예정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속적인 변화와 상호 연결을 통해 더욱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II. DESSERT

‘스몰 럭셔리’로 부상하는 디저트 트렌드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 업종 중 하나가 카페 및 디저트업종이다.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는 지난해 주목할 디저트 트렌드로 저가 커피 전문점의 성장, 고카페인과 디카페인 시장이 동반 성장하는 카페인 양극화, 제로 음료 열풍, 홈 카페 시장의 성장, 인기 아이템과 쇼츠로 유명해진 무빙 디저트, 술과 함께 즐기는 페어링 디저트 등을 소개한 적 있다. 올해에는 불황 속 호황을 이끄는 ‘스몰 럭셔리’의 상징인 동시에, 대형 유통업계가 주도하는 온·오프라인 접점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더욱 키워가는 현상에 집중했다. 디저트는 ‘일상용’과 ‘비일상용’으로 동반 소비되고 있으며, 취향에 맞춰 조합한 디저트로 개성과 차별화를 드러내는 ‘커스터마이제이션’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 제시했던 ‘토핑경제(피자에 토핑을 얹듯 나만의 개성을 더하는 소비 방식)’와 비슷한 소비 패턴이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에서는 다양한 조합을 활용한 ‘나만의 레시피’를 주문할 수 있다. 원두의 보디감이나 우유, 시럽 등의 옵션을 고르는 선택지는 이제 꽤나 보편화가 됐으며, 최근 가장 핫한 디저트로 떠오른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은 10여 종의 과일을 비롯해 30여 종의 토핑과 시럽류를 마음대로 조합해 먹을 수 있다.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에서는 SNS를 통해 자신만의 조합을 공유하며 취향을 과시하는 것이 현재 소비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로드숍의 도전, 호텔 디저트의 차별화 전략은?

과거에는 호텔에서 선뵈는 디저트가 ‘최고급’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일반 로드숍에서도 ‘호텔급’ 못지 않은 높은 퀄리티의 디저트가 판매되면서 호텔 디저트에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임현호 수석 파티시에는 로드숍과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로드숍의 퀄리티가 오히려 상향평준화돼 호텔을 앞서나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호텔 디저트는 전반적으로 정체기를 겪었다.”고 진단한 임 수석 파티시에는 호텔 디저트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호텔은 다양한 식음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패스트리 부서의 업무가 광범위하다. 많은 고객이 찾는 호텔 특성상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고, 식음 업장별 정체성과 이벤트의 다양성, 이를 위한 수많은 메뉴 개발 등 카테고리의 범주가 넓어 제공하는 제품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호텔만의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해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재료의 수급과 접근방식, 대규모 주방 동선을 활용한 테크닉의 다양성,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 등 호텔의 장점을 반영한 창의적인 디저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한 그는 “덕분에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페메종, 미오를 비롯한 레스토랑과 쟈뎅 디베르의 디저트를 이용하는 고객 만족도가 크게 상향됐다.”며 “이를 통해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임 수석 파티시에는 2024년을 “호텔의 디저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미식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해 대응할 수 있었던 한 해”로 평가했다. 그는 “디저트는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지만, 고객의 선호도는 때때로 변화한다.”고 말하며, “2025년 역시 트렌드는 더욱 세분화되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불포화 지방산(다양한 씨드를 활용한 오일), 식물성 밀크(오트 밀크, 아몬드 밀크) 등을 활용한 디저트와 함께 기존의 당의 양이 개선된 디저트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감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패스트리 셰프들은 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선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디저트업계에서는 최근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발효과정에서 추출되는 향을 통해 다양한 접근과 시도로 만들어진 디저트는 고객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임 수석 파티시에는 말했다.

근래 호텔과 럭셔리 브랜드간 협업의 기회가 상당히 많아졌다고 밝힌 그는 “예술과 미식이 결합된 스토리 있는 디저트가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는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이에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 복합적인 맛과 텍스처를 전달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임 수석 파티시에는 “또한 셰프들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할랄과 비건, 베지테리언, 글루텐 프리, 스페셜 다이어터 등 특이식단 고객님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2025년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목표 중 하나는 다양한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고객에게 새로운 디저트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스토랑의 정체성과 호텔이 추구하는 문화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호텔은 각 식음 업장의 개성과 매력이 디저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허브 오일 직접 추출과 분별 증류를 통한 허브, 꽃차의 향을 활용한 디저트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에도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일 추출머신을 활용한 다양한 허브 오일과 플레이버를 디저트에 적용해, 단순한 달콤함을 넘어선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전달할 계획이다.

끝으로 “한국의 제과 기술은 이미 해외로 역수출될 만큼 뛰어난 수준에 올랐다.”고 강조한 임 셰프는 “올해는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패스트리 팀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해, 창의적인 맛과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5 초콜릿 트렌드의 삼각편대

‘건강·프리미엄·지속가능성’

두바이 초콜릿이 2024년을 강타했다면, 2025년 새롭게 떠오를 ‘초콜릿 강자’는 무엇일까? 확언할 수 없지만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분명 존재한다. 2025년 초콜릿업계에서는 ‘건강’과 ‘프리미엄’,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핵심 트렌드로 부상할 전망이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류가영 쇼콜라티에는 “대체 감미료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초콜릿에서 설탕은 맛의 균형과 보존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지만, 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앞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감미료를 각 특성에 맞게 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고객들이 독특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시각적 즐거움과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류 쇼콜라티에는 전망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개인의 취향과 이벤트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원하고 있다.”며, “이에 초콜릿을 단순한 간식이 아닌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렌디한 신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새로운 맛과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 류 쇼콜라티에의 분석이다. 특히 “한정판이나 특별한 맛을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한편, 천연 재료와 친환경 포장을 사용하는 초콜릿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맛뿐만 아니라 환경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하이브리드적 소비 성향을 보여준다.

류 쇼콜라티에는 호텔 쇼콜라티에만의 특별한 도전 과제도 언급했다. 그는 “고객에게 최상의 맛을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잘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프랑스 최초 글로벌 체인 호텔인 소피텔의 프렌치 문화와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결합해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주요 모토”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철 식재료나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제품에 철학과 의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호텔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셰프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새로운 식재료를 초콜릿 레시피에 적용하거나,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초콜릿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와인을 조합하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플래닛21’ 캠페인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원산지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 원산지의 철저한 검토를 통한 공정 거래 실천, 환경 친화적 작업 방식으로 생산된 원료 사용, 친환경 포장재 도입 등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커피 시장, ‘프리미엄 홈카페’가 대세... 고급화·개인화 가속

한편 국내 커피 시장은 고급화와 개인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네스프레소코리아 박성영 대표는 1월 15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5년 신규 캠페인 발표회에서 “한국은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05잔으로, 글로벌 평균의 2배를 상회한다.”고 밝히며, “10만 개가 넘는 커피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커피 시장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 커피 문화의 위상 변화다. 과거 외국의 커피 문화를 수입하던 한국이 이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독자적인 커피 문화를 해외로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네스프레소는 이번 신규 캠페인 ‘사라진 커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발표회를 서울과 뉴욕에서만 진행하며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리미엄 커피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네스프레소코리아는 2018년 버츄오 라인 출시 이후 5년 만에 캡슐 커피 시장 1위에 올랐으며, ‘더블 에스프레소 캠페인’ 등 한국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과 습관을 반영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2024년 기준 2018년 대비 13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커피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는 ‘홈카페의 고급화’가 꼽힌다. 2024년 말 글로벌 최초로 ‘스타벅스 바이 네스프레소 포 버츄오’를 선뵌 네스프레소는 블루보틀 등 더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예고했다. 또한 브레빌과 협업해 출시한 크레아티스타 버츄오와 같은 프리미엄 머신을 통해 라떼아트 등 전문적인 커피 경험을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키워드다. 네스프레소는 ‘AAA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통해 18개국 15만 7000명의 농부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커피 공급량의 94%를 조달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높은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투명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은 2024년 기준 2248톤의 캡슐을 수거, 1810톤의 탄소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특히 2023년부터는 카카오메이커스와 함께 ‘커피캡슐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통해 재활용 캡슐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등 자원 선순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브랜드 앰배서더 김고은 배우가 참석해 “네스프레소는 단순히 커피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커피에 진심인 브랜드”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에드워드 리 셰프는 네스프레소의 상징적인 커피 캡슐 ‘아르페지오’를 활용해 개발한 ‘네스프레소 레이어 케이크’를 선뵈며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서의 미식 경험을 한층 강화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커피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홈카페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고품질 커피와 혁신적인 커피 경험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III. DRINK

주류 소비의 새 흐름, ‘다양성’이 이끄는 변화

지난 몇 년간 국내 주류 트렌드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미식문화의 발달로 ‘페어링’ 문화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고, 주세법 개정으로 다양한 수제 맥주 브랜드가 생겨나며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무알코올’ 소비자도 합세했다. <2025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는 “국내 주류업계가 소주와 맥주의 의존도를 낮추고 폭넓을 제품을 출시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주류 소비 문화에 발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카페에 이어 ‘홈술’의 존재감도 여전히 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 형태가 편안한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주류를 적당히 즐기는 ‘개인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악화로 주류 소비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주류 옵션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외식업계에서도 다양한 주류 리스트를 마련하고 매장만의 특색 있는 페어링 메뉴를 개발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년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잔술’ 트렌드의 급부상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식당에서의 ‘잔술 판매’가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여기에 가볍게 ‘한잔’만 하는 젊은 세대의 주류 소비 문화와,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 등의 요인이 함께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고급 주류업체들 또한 잔술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치를 높이고자 적극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주류 시장, ‘파인 드링킹’ 문화 확산… 글로벌 무대 도전장

현재 국내 주류 시장은 ‘파인 드링킹(Fine Drinking)’ 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행사가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결과, 국내 호텔과 외식업계는 월드 50 베스트 바(World’s 50 Best Bars)와 아시아 50 베스트 바(Asia’s 50 Best Bars) 진입을 목표로 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럭셔리 호텔들의 바 콘텐츠 강화다. 콘래드 서울은 지난해 3월 ‘37 그릴 앤 바’를 프리미엄 위스키바로 리뉴얼했다. 바 테이블을 설치해 한강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한 37 그릴 앤 바는 200여 종의 프리미엄 위스키 라인업과 콘래드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글랜로티스(Glenrothes) 12년산 위스키’를 선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크 하얏트 서울의 ‘더 팀버 하우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라티튜드32’, 호텔 나루 서울의 ‘바 부아쟁’, 파라다이스시티의 ‘루빅’, 조선 팰리스의 ‘1914 라운지 & 바’ 등 5성급 호텔들이 글로벌 수준의 칵테일 문화를 선뵈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프리미엄 주류 기업들도 국내 바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콘래드 서울은 페르노리카와 협업해 오는 2월 14일 게스트 바텐딩 이벤트를 진행한다. 초청된 게스트 바텐더는 아시아 50 베스트 바 랭킹을 보유한 ‘Three X Co’의 Amanda Wan 헤드 바텐더다. 쿠알룸푸르에 위치한 Three X Co은 다양한 개성과 정체성을 포용하는 메시지를 칵테일에 담아 고객에게 선봬 사랑받고 있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는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월드클래스 위너 릴레이 게스트 바텐딩 나이트’를 개최, 아시아 각국의 톱 바텐더들을 초청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글로벌 바텐딩 문화를 소개한다. 디아지오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텐딩 대회 ‘디아지오 월드클래스’에서 대만 우승자로 선정된 페디손 카오(Pedison Kao)는 오는 1월 17일 파크 하얏트 서울에 위치한 ‘더 팀버 하우스’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칵테일을 통해 바텐딩 실력을 뽐낼 예정이며, 2월 7일에는 인도네시아 우승자 아리스 산자야(Aris Sanjaya)가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라티튜드32’에서 바텐딩을 선뵌다. 3월 7일과 21일에는 일본 우승자 마사토 이시오카(Masato Ishioka)와 홍콩 우승자 스테파노 부시(Stefano Bussi)가 각각 호텔 나루 서울 - 엠갤러리 ‘바 부아쟁’과 파라다이스시티 ‘루빅’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만나고, 4월 11일에는 중국 우승자 랴오 지엔 밍(Liao Jien Ming)이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라티튜드32’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5월 2일에는 필리핀 우승자 키코 빅터(Kiko Victor)가 조선 팰리스의 ‘1914 라운지 & 바’에서 릴레이 게스트 바텐딩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 홍콩, 중국, 필리핀 등 각국의 바텐딩 우승자들이 한국을 방문, 자신만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뵈며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유명 바텐더가 다른 공간에서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뵈는 ‘게스트 바텐딩’ 문화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음료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업계 전문가들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국내 바텐더들과 호텔리어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도 함께 운영되면서, 국내 주류 업계의 전문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5년 주류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프리미엄화’와 ‘개인화’의 가속화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지난 1월 15일 프리미엄 블렌디드 위스키 ‘와일드무어’를 국내 시장에 선뵀다.

와일드무어는 글렌피디의 6대 몰트 마스터인 브라이언 킨스먼(Brian Kinsman)이 주도해 개발한 브랜드로, 업계에서 ‘에이션트 리저브’라 불리는 희귀 원액을 블렌딩해 만든 프리미엄 블렌디드 위스키다. 특히 윌리엄그랜트앤선즈 가문이 60년간 수집해온 희귀 원액과 캐스크를 활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류 전문가들은 와일드무어의 차별화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 코리아의 김효상 대표는 “최근 위스키 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며 “그 중에 싱글몰트와 프리미엄 블렌디드 위스키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일드무어는 스코틀랜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병에 새겨진 울퉁불퉁한 조각은 스코틀랜드 북부 하일랜드 지역 글렌코 지형의 등고선을 형상화했으며, 브랜드 로고는 스코틀랜드의 침엽수림을 상징하는 솔방울을 모티프로 삼았다.

국내 시장에는 23년, 30년, 40년 세 가지 제품이 출시된다. 특히 30년산은 2024년 IWSC 주류 품평회에서 98점으로 금상을 수상했으며, 23년산도 92점으로 은상을 받았다. 와일드무어 측은 “유럽에서는 진정한 럭셔리가 더 이상 도시에서의 경험이 아닌 자연으로 나가는 경험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캠핑과 럭셔리 캠핑 시장 성장에 발맞춰 자연 속에서 럭셔리한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반영한 음료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데킬라, 싱글 몰트 위스키 등 고급 주류와, 이를 활용한 맞춤형 칵테일의 인기는 금년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바텐더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주류 문화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한국 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 미식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서울의 위상을 고려할 때, 국내 바 업계의 글로벌 순위권 진입은 멀지 않아 보인다.

2025년 한국의 외식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가운데서도 미래지향적인 혁신과 발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등 국제적 미식 행사들의 잇따른 서울 개최는 한국 미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지구적 사고’와 ‘가치소비’의 확산은 외식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식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세계 미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창의적인 해석,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식재료 활용,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혁신 등 다각적인 변화는 한국 외식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은 한식의 미래가 더욱 밝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시너지를 이루며, 2025년은 한국 외식산업이 글로벌 미식 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