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홍보하다가 브랜드 설립…밀란 패션위크가 주목한 이 디자이너

2025-04-25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키오 라운지(OKIIO LOUNGE)’는 설립 2년 만에 대표적인 패션의 도시인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를 사로잡았다. 브랜드를 이끄는 윤준혁 대표(32)는 2023년 9월 뉴욕 패션위크에서 신진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데 이어, 올 2월 밀라노 패션위크의 밀라노·서울 교류 이벤트인 ‘밀란 러브스 서울(Milan Loves Seoul)’에서 ‘패밀리 브런치’를 콘셉트로 런웨이를 선보였다. 이 런웨이로 ‘밀란 러브스 서울 어워드 수상’, ‘이탈리아 명문 패션학교 마랑고니 장학금’ 등 3관왕을 거머쥐었으며, 내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쇼를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윤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오키오 라운지 숍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전략이 통했다. 다른 브랜드가 패션쇼 의상에 관한 브로슈어를 만들 때, 우리는 런웨이에 쓰인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메뉴판처럼 구성해 제공했다. 옷 이야기는 단 한 글자도 넣지 않았다. 패션을 넘어 문화예술을 브랜딩하겠다는 사업 철학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포기하고 사업가로

윤 대표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20대 초반 YG엔터테인먼트의 언론홍보팀에서 일하던 그는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대학 재학생이라는 이력이 바탕이 돼 연습생 제안을 받았다. “오디션을 보고 아이돌이 되어볼까 싶었지만, 주변에서 뛰어난 재능들을 보면서 확신이 없었다. 이후 음대를 자퇴하고 군 복무를 하면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 뉴질랜드, 홍콩 등 해외로 다니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겼던 윤 대표는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미국 뉴욕 포드햄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코로나19 시기에 한국으로 넘어와 IT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났다. 이때 그는 처음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구체적인 욕망을 갖게 됐다.

“사업가라고 하면 거창해보이지만, 특별한 사람만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충분한 노력을 쏟을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누구라도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음악과 패션 분야에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2022년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에 들어간 윤 대표는 지금까지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했다. 군 복무를 함께한 선임은 오키오 라운지 이사로 합류했고, 컨설팅 회사에서 만난 엔젤 투자자에게는 초기 자금을 지원받았다. 패턴과 디자인은 현장에서 직접 익혔다. 이탈리아 테일러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 은평구의 한 공장 대표를 소개받아, 옷의 구조와 완성도를 하나하나 배웠다.

브랜드의 핵심은 ‘취향’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어머니였다. 윤 대표는 “팝송과 패션을 좋아했던 어머니의 감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새벽에 동대문 평화시장에 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이후로 예쁜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고, 그렇게 모은 것들이 지금의 오키오 라운지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취향과 수집 목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오키오 라운지의 오프라인 숍은 오래 전부터 모아온 향수, 그림, 음악, 공간에 대한 기록과 같다. 윤 대표의 절친들은 숍을 보고 “그냥 네 방 가져다 놓은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란다.

윤 대표 취향의 음악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도 만날 수 있다. 5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채널 오키오 라운지에는 편안한 휴식을 테마로 윤 대표가 직접 선정한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 지난 19일엔 구독자 대상의 팝업 스토어 및 밀란 쇼 애프터파티를 기획해 수십명의 팬이 다녀갔다.

그는 음악과 패션을 함께 브랜딩하는 이유로 “처음부터 휴식할 수 있는 문화·예술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브랜드명에 모임 공간이란 뜻의 ‘라운지’를 넣은 것도, 우리 브랜드가 라운지 웨어(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때 입는 옷)를 중심으로 옷을 만들고 있는 이유다. 오키오 라운지 안에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고, 이 취향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오키오 라운지는 세계 무대에 계속 이름을 알린다.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진행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워모에 참가하고, 중국 백화점에서 온 입점 제안서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표는 “성격이 급해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빠르게 방향을 틀어왔다. 하지만 이 일만큼은 계단을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확실하게 나아가고자 한다”고 목표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업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아버지와 대화가 늘었다. 매출이나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아버지와 가까워졌다”며 기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