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혁신, 머스크처럼 밀어붙여야 할까

트럼프 2기 출범에 크게 기여한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불필요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환경 규제, 노동 규제, 금융 감독 규제 등 각종 규제가 무더기로 사라졌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고, 로켓 발사 허가 절차도 단순 신고제로 변경되었으며 테슬라 자율주행과 관련된 규제도 완화했다. 그러나 공동 수장 중 한 명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DOGE 운영 방향(2025년 1월 31일, ‘10대 1 규제 개혁’ 행정명령)을 둘러싼 갈등 끝에 사임했다. 머스크는 공무원을 대량 해고한 뒤 다시 일부를 재임명하는 등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였다. 2023년 말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가 대중 앞에서 전기톱을 들고나와 “정부의 낡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잘라내겠다”고 선언하는 장면과 중첩된다. 밀레이는 취임 이후 대규모 정부 부처 축소, 공공부문 해고 등 초강경 개혁을 단행(2023년 취임 이후 1년 동안 하루 평균 1.84건의 규제 완화)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머스크와 밀레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기존 관료제와 규제를 극단적으로 줄여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 관점에서 효율성만 좇으면
사회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 커
타다는 ‘운전자 알선형 렌터카’
잘못된 방어적 규제로 혁신 막아
당국의 시장 직접 개입은 자제를
단순하고 명확한 규제 도입해야
머스크와 밀레이의 불안한 정책 실험


머스크와 밀레이의 정책 실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규제는 혁신의 걸림돌일까, 아니면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일까? 정부 입장에서 규제 개혁은 경제 성장과 투자 유치를 위한 핵심 도구다.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게 된다. 또한 정부 내부적으로도 불필요한 절차와 중복 규제를 줄여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기업들은 규제를 ‘발목을 잡는 요소’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각종 인허가 절차, 환경 기준, 노동 보호 조항 등이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키고, 신산업이 성장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와 같은 신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려면 기존의 복잡한 법적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일반 국민도 또한 규제 완화를 반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창업을 원하는 개인이 지나치게 복잡한 허가 절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 서비스나 제품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불필요하게 까다롭다면 시민들은 이를 ‘관료주의의 폐해’로 인식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법과 제도가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AI,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핀테크 등의 신산업은 아예 법체계가 없거나 혹은 과거의 법이 적용되어 혁신을 저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규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규제를 무조건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사회적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1990년대 말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가 2007년 금융위기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피해를 양산했고 환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고조된 결과 새로운 환경 규제가 신설되기도 한다. 노동 보호 규제가 약화하면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될 위험도 커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모든 규제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기치로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일부 국가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이 항상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사회적 복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반면 덴마크는 강력한 노동 보호와 환경 규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함께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의료 시장에서 규제를 비교적 완화하여 기업들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의료비가 급등하고 국민은 비싼 보험료를 부담해야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강한 의료 규제를 통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는 기업의 이익과 국민의 권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규제가 오히려 혁신을 촉진하기도
또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의 연비 규제는 효율적인 엔진 개발로 이어졌다. 머스크의 테슬라가 성장한 이유도 내연기관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조건이 명확하면 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혁신으로 나서게 된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있다. 1980년대 미국 등 선진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반도체·철강·화학산업 등을 국내에서 영위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이 산업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낮은 세금, 적은 규제, 그리고 경쟁력 있는 인력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반드시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는 높은 삶의 질, 안전한 환경, 그리고 사회적 안정성을 포함한다. 따라서, 규제 개혁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방향의 균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규제 혁신’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하게 개혁하되, 반드시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선별적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규제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질을 개선하는 ‘규제 혁신’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규제를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흥미롭게도, 최근 규제 완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두 인물-미국의 일론 머스크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사례는 ‘규제 개혁’이 때때로 어떻게 사회적 혼란과 이해 상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밀레이 대통령은 긴축과 정부 축소라는 기치를 내걸고 도시 청소 등 필수 공공서비스 인력을 감축했지만, 곧바로 도시 위생 문제가 불거지고 시민 불만이 확산되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 역할을 맡은 머스크는 에너지부 인력을 대거 감축한 뒤 행정 기능 마비로 일부 인력을 다시 고용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해체를 주장하고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사업적으로 깊이 관여한 암호화폐 및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규제를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규제 개혁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이해에 종속될 때, 그것은 더 이상 ‘개혁’이 아니라 ‘이해 충돌’의 정당화일 수 있다.
규제 개혁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타다’ 논란이다. 타다는 전통적인 택시 사업이 아니라 ‘운전자 알선형 렌터카’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과 규제 논란 끝에 사실상 사업이 중단되었다. 타다는 기존의 택시 업계가 지고 있는 각종 규제(면허 비용, 영업 제한 등)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경쟁하는 구조였다. 기존의 택시 사업자들은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규제 부담이 다르다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과잉 공급 택시면허 해결 기회 놓쳐
그러나 타다는 단순한 ‘규제 회피’가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 기반의 이동 서비스다. 즉, 기존의 택시 규제 틀에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정의하고 적절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접근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에 타다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만들었다. 새로운 혁신 서비스에 대한 논의보다는 기존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방어적 규제’가 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이지, ‘새로운 산업을 조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규제’가 아니었다. 규제 개혁의 방향이 단순히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막는 데 집중될 경우, 혁신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만일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기존 택시와 동일한 틀에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운전자 알선형 렌터카’ 사업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운송업으로 정의하고 그에 맞는 규제 체계를 설계하였더라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존 택시 업계가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잉 공급된 택시면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타다 사례는 기존 이해관계자(택시 업계)와 새로운 사업자(플랫폼 모빌리티 기업) 간 균형을 맞추는 ‘조정형 규제’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규제 개혁은 ‘과거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산업을 설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규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모든 규제를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로 간주하고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머스크와 밀레이처럼 국가를 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그 사회가 갖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이냐에 따라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를 구별하는 것이다. 규제 개혁의 목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규제 설계의 핵심 원칙은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규칙이 명확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스스로 혁신을 이루게 된다. 규제 당국이 시장 참여자에게 직접 개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단순하고 명확한 규제, 이것이 규제 개혁의 목표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