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처벌 강화와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건수는 2020년 54건에서 지난해 163건으로 201.8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이미 50건이 취소돼 연말까지 1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약물운전 적발 건수 역시 2020~2024년 30건에서 55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약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피의자 중 마약과 대마를 제외한 향정신성의약품 검출 건수는 48건으로 2020년 21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 대마 등 검출 건수에 비해 향정신성의약품 검출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후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은 제45조(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 조항을 통해 금지돼 있다. 마약, 대마뿐만 아니라 수면제, 신경안정제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는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약물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약물을 복용한 30대 운전자가 마주 오던 차량을 충격한 뒤 도주 과정에서 정차 중인 차량 2대를 추가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강남구 신사동에서 약물운전 차량이 보행자를 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개그맨 이경규 씨도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하다 적발돼 논란이 일었다.

약물운전으로 인한 피해가 늘자 지난 4월 국회는 약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마다 증가하는 사고 건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약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약국 봉투 및 복약지도서 등에 ‘약물운전 시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주의 문구를 표기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약물 복용 후 운전의 위험성은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복약지도서나 처방 약 봉투에 약물 운전에 대한 경고 문구를 기재해 국민 인식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