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과 이용구의 부활?

2025-02-06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우리나라는 검버섯과 곰팡이가 핀 늙은 나라일까? 아니면 초롱초롱한 눈망울, 뜨거운 갈망을 지닌 젊은 나라일까? 길거리에 나가 보면 서로 대적하는 두 물결이 부딪친다. 혼탁한 격류가 소용돌이친다.

같고도 다르고 다르고도 같은 100여 년 전의 시공간을 불러내 보자.

“대한제국 소년들이여 너희는 배우고 또 배워 문명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려면 너희의 심장에는 용맹한 기상이 용솟음쳐야 하고, 너희의 머릿속에는 모험 정신이 가득해야 한다. 문명이라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진군하라, 대한의 소년들이여!”

- 이도영, 《대한민보》, 1910.2.27

“우리 한국은 4천여 년 늙은 나라로 정치도 늙고 인민도 늙어서, 이웃집 아이들이 그 주인이 늙고 기력이 없음을 업신여겨 서까래도 빼어가고, 결국에는 그 이웃집 건장한 소년이 그 집 주인의 수족을 묶는 한편 작은 방에 거처케 하니 어찌 가엽지 않으리오. 젊은 사람은 항상 장래를 생각하고, 옛날을 생각하는 사람은 보수에 힘쓰며,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은 진보에 힘쓰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 동포들은 진보에 힘써서 우리나라를 소년국으로 만들지니라."

- 《대한매일신보》, 1910년 7월 1일 자 논설 “소년의 한국”

이 때에 일제에 부역하는 매국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일진회, 국민연설회, 국민동지찬성회, 국시유세단, 국민의무찬성회, 국민협성회, 정합방찬성회 등등. 그 가운데서도 이용구의 일진회와 이완용의 국민연설회가 쌍벽을 이룬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용구의 일진회에 맹폭을 가하는 광고 내용이다.

“그저께 오정에 원각사에서 국민대연설회를 개최한바, 원로들을 비롯하여 4천여 명이 참석하였다. 일진회의 한일합방 추진에 대하여 그 흉역부도(凶逆不道)한 죄악을 무수히 꾸짖으니 박수갈채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지금부터 일진회는 국민이 아닌 줄로 인정하자 하니 만장 회원 전부가 가결하였다.”

- 《대한매일신보》, 1909년 12월 7일

일진회는 소위 ‘한일합방청원서’를 기민하게 통감부에 제출했다. 이 ‘흉역부도한 죄악’을 무수히 꾸짖은 이 애국지사(?)는 과연 누구일까? 놀랍게도 이완용과 그 동지들이다. 이용구와 이완용은 친일 매국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누가 더 일제에 예쁨을 받나, 애를 태우는 중에 일진회에 선수를 빼앗겼다고 여긴 이완용이 분기탱천 일어섰다. 그가 이인직을 앞세워 국민대연설회를 열고 일진회 격파에 나섰다.

“일제 협력 서열 제1위를 빼앗길까 하는 두려움의 발로가 바로 국민연설회 설립으로 귀결된 것이다. 일진회와 국민연설회 사이 경쟁은 치열했다. 누가 더 열심히 일제에 협력할 것인가에 온갖 열정을 쏟아부었다.”(이승원,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본 듯한 모습 아닌가? 그렇다. 2025년 한국 사회에서 연출되는 모습 같기만 하다. 내란 세력 사이에 또 극우들 간에 망국 경쟁이 치열하다. 서로 눈을 흘기고 시샘하고 욕하고 저주한다. 이완용과 이용구의 매국 경쟁이 치열했듯이. 그러나 한국은 옛날의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젊은 나라가 되었다. 소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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