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새정부의 부동산 시장 옥죄기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새정부 출범에 맞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장관을 비롯해 주택정책 부서인 주택토지실의 인선이 아직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일 '강도 높은 주택시장 규제대책'이 물망에 오른다.

원인 제공은 정부가 하고 있다. 대선 이후 정부는 부동산TF를 열고 2주 연속 규제 대책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서울 주택시장 상황이 엄중한 것으로 인식한다"며 회의에 참석한 국토부, 국세청, 금융위 등에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망라해 검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주택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표현은 다소 생경하다. 주어와 술어가 썩 일치하지 않는 듯한 이 문장에서 정부의 고민이 숨어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상황에서 정부가 시장 규제에 나서야할지 정부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집값이 오르는 곳은 전통의 인기주거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 그리고 이른바 한강벨트로 꼽히는 마포구,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등이며 이밖에 인기지역인 여의도와 목동, 경기 과천시다. 과천, 성남분당, 용인수지를 제외한 서울 강북지역을 비롯해 나머지 지역은 잠잠한 시장 상황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중 강남3구와 용산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 한참 됐으며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이중 규제'에 놓인 상황이다. 대출도 얼마 받지 못하며 자금출처조사를 받아야 하며 실거주 의무까지 갖고 있다. 그리고 당국의 불시 점검이 잇따르고 있다.
새정부가 혹시라도 예전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 투기세력이 집값을 끌어올려 재산상의 이익을 얻으려고 기도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오르는 또다른 이유가 있음을 간과, 아니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바로 집값의 '원가'인 분양가 그리고 공사비다.
분양가란 아파트 가격의 바닥가격이자 원가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선 분양가 밑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를 파는 '마이너스 피(P)'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진다면 이는 비상경제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원가가 오르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집값이 안정을 보이길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 아파트의 1㎡당 평균 분양 가격은 575만5000원이다. 이는 2016년 4월의 278만1000원에 비교하면 9년 만에 2배 넘게 상승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분양 가격은 1㎡당 평균 1376만3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최고점(1428만원)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최근 4개월 새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도 지난해 4월 789만원이던 평균 분양 가격이 올해 875만 2000원으로 올랐다.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 1채당 75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오세훈 서울시장이 독려했던 재건축·재개발은 주택공급 확대의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하지만 공사비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공사비는 문재인 정부시절 집값급등 이후 2023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그시절만 하더라도 서울 강남과 용산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도 3.3㎡당 공사비는 65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최저 950만원선에 공사비가 확정되고 있으며 1000만원을 뛰어넘고 있다. 만약 이 가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시공사는 하던 공사를 엎어버리는 판국이다.
높아진 분담금은 정부차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재건축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가령 재건축 예정지인 노원구 중계동의 경우 주공아파트 전용 59㎡의 매맷값은 7억2000만원 선이다. 이 아파트를 재건축해 전용 84㎡를 얻으려면 현재 다른 재건축 상황을 봤을 때 분담금은 최소 5억원이며 평균 6억원이다. 즉 현재 집값 수준의 분담금을 내야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사비는 원가이기 때문에 강남에 지어도, 강북에 지어도, 면소재지에 지어도 큰 차이가 없다. 심지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규모 재건축 모아주택사업이나 리모델링 사업도 3.3㎡당 900만원 이상의 공사비가 책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시절 둘 밖에 없는 여야합의 부동산 제도 중 하나인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이 추진되는 수도권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안양 평촌신도시 인기 아파트단지의 전용 59㎡ 매맷값은 7억9000만원선이다. 여기에 5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내고 전용 84㎡를 얻는다면 들어가는 비용은 13억원 선이 된다. 이는 주변 최신 아파트 전용 84㎡와 똑같은 가격이다. 여기에 재초환은 계산하지 않았다.
집값이 오르고 안오르고는 둘째치고 신도시에 거주하는 노후 '중산층'이 6억원의 돈이 어디 있겠는가. 재건축 후 집을 팔아서 분담금을 회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이들에겐 아예 재건축을 안하는 게 상책이다. 분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신도시의 재건축 열기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거주자들의 경제적 여유도 부족한데다 집값이 올라 분담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낮아서다.
그럼에도 공사비 증액을 좌시하는 정부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개인의 투기행위라고 우길 수 있지만 건설은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조합과 시공사의 싸움에서 정부는 시공사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최근 시공사의 재건축 공사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공사비 인상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의 요구조건은 90% 수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흥정'을 위해 더 부르는 가격이 포함돼 있다면 결국 서울시의 중재안은 시공사가 원하는 가격이 100% 다 반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공사비를 잡지 못한다면 즉 원가를 억누르지 못한다면 집값이 더 뛰어도 정부는 할 말이 없다. 지금 나타나는 엄중한 상황은 투기꾼의 욕심도 있겠지만 원가 상승이란 요인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짧았던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분담금 축소를 언급한 바 있다. 정부의 새로운 주택시장대책은 강력한 규제와 세금 인상에 따른 주택 수요 억제 만이 아닌 원가 상승 방지책이 포함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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