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탄핵 시국선언’

2025-03-26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미국에선 조지 오웰(1903~1950)의 소설 <1984>가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4>는 ‘빅 브러더’라는 절대 권력자가 지배하는 오세아니아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오웰을 불러낸 건 극우 포퓰리즘뿐만이 아니다. 전체주의 망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졌다. 오웰의 소설 속 정부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트럼프 2기 정부와도 통한다.

돌아보면, 대통령 윤석열이 이끈 한국 또한 ‘1984’가 아니었을까 싶다. 비판적 보도를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시대착오적 이념전쟁으로 사회를 갈라친 ‘대한민국 오세아니아’였다. 이렇게 민의를 거스르는 정부에 맞서는 수단이 시국선언이다. 1960년 4·19혁명 직후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승만 대통령 하야로 이어졌고, 1987년 6월항쟁 때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각계의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2016년 국정농단 때 역시 대학가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선 그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임기 절반 지난 지난해 11월 탄핵·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한 전국 대학 교수는 5000명이 넘는다. 그 시국선언에 윤석열이 군경을 앞세운 친위 쿠데타로 동문서답한 격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작가들이 지난 25일 ‘윤석열의 즉각적 파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강을 비롯해 여러 장르의 작가 414명이 힘을 보탰다. 각자 한 줄 성명도 냈다. 한강 작가는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 썼고, 김초엽 작가는 “진심 스트레스 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조속한 파면을 외쳤다. 모두 절절한 분노와 답답한 심정을 담았다. 다를 것 없는 작가들의 말에 다수 국민이 위로를 받으면서도, 아직도 이런 성명을 내고 들어야 하니 착잡하다.

극우들의 준동까지 지켜 보고 있노라면 속은 더 터진다. 힘들어서 대한민국 시민 하겠느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민주주의와 나라를 지키겠다는 광장의 결기에 희망을 품는다. 그 뜻대로, ‘윤석열 파면’이 신문 1면 제목 되는 날이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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