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2025-02-11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새처럼 푸른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고대부터 새를 모방해 날개를 제작하는 등 비행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이유다. 마침내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동력 비행에 성공하며 인류는 그 꿈을 실현했다.

그 뒤 비행 기술은 놀랍도록 발전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로 활용됐고, 1920년대엔 여객 운송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엔 제트 엔진 기술의 발달로 초음속 대형 여객기가 출현했다. 그로 인해 전 세계인 누구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됐다.

▲인간이 새를 본 떠 만든 항공기는 오늘날 우리 삶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새가 항공기의 운항을 방해하며 인류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기와 새 떼가 부딪치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때문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운항 중인 항공기에 조류가 충돌해 생기는 항공사고를 뜻한다. 공항 부근에서 이착륙 시 주로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평균 1만4000건 이상 일어나고, 국내에서도 매년 200~300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핏 봐선 작은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면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할지 모른다. 한데 실상은 전혀 다르다. 예컨대 1.8㎏의 새가 시속 960㎞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64t 무게의 충격을 주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그마한 새가 엄청난 공중 폭탄으로 돌변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새가 제트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다. 엔진 내부를 망가뜨리거나 심하면 엔진을 태워버릴 수 있어 일단 정상 비행이 불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자칫 정비 불량, 기체 결함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연말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엔진에 빨려들어간 조류는 가창오리인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의 혈흔과 깃털이 발견된 게다.

이로써 버드 스트라이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힘들지만 참사의 1차 요인으로 작용한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이는 현재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건설 예정지 주변에 철새도래지 4곳이 있어서다. 이래저래 이해할 수 없는 입지 선정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