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설 명절 특수는 고사하고 재고로 남아 있는 꿀을 어떻게 소진해야 할지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얼마 전 민족 최대 명절을 맞아 명절 특수 효과를 한껏 기대했던 유통업체 한 관계자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벌꿀 판매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이처럼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설 명절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대목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최근 들어 정치적 불안 요소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그만큼 위축되면서 유통시장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벌꿀은 건강을 위한 하나의 기호식품이다 보니 특히 체감경기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전만 해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는 벌꿀, 홍삼, 수삼 등이 명절 추천 선물로 큰 인기를 독차지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1인 가구 급증과 가성비 중심의 소비트렌드 변화 등으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고물가에 의해 점차 소외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에는 벌꿀 선물 세트가 소비자의 외면 속에 판매가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동안 국산 벌꿀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년간 벌꿀등급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본 사업을 지난 2023년 12월 27일부터 농가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시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의 벌꿀등급제에 대한 무관심과 업계의 적극적인 의지 부족으로 사실상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반면에 수입산 벌꿀은 지리적인 여건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장악을 위한 파상공세에 사활을 거는 모습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등급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직거래 비중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농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은 물론 이에 따른 벌꿀 검사 기관 확충과 더불어 농가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인책(인센티브)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울러 우리 농가들도 이제는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과거의 관행에만 얽매여 미래를 외면만 하다가는 결국 머지않아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옥죄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벌꿀 소비 촉진을 중장기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현행 ‘벌꿀등급제’를 농가들의 ‘자율적’ 참여보다는 강제성을 띄운 ‘의무화’로 전환하고, 또한 수입산 벌꿀과 가격경쟁력에선 밀릴 수밖에 없어 이제는 품질 고급화·차별화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믿고 찾을 수 있도록 국산 벌꿀의 품질 강화에 양봉산업계가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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