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컨벤션센터 ‘메쎄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터쇼 IAA 2025. 중국 전기차 회사 샤오펑의 부스는 입구부터 사전 등록 인사가 아니면 출입을 막았다. 사전등록좌석은 50여석. 하지만 수백명의 인파가 부스를 에워싼 채 까치발을 들고 내부를 엿봤다. 허샤오펑 회장이 중국어로 “전동화 이후의 ‘인공지능(AI) 정의 모빌리티’에 집중하겠다”고 하자 통역기를 통해 이 말을 들은 유럽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샤오펑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과 소형 전기차 ‘뉴 P7’ 앞에는 인파가 끊이질 않았다. 바로 옆 폭스바겐의 부스보다 사람이 1.5배는 더 몰려 보였다. 같은 날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 비야디(BYD)의 2인자 스텔라 리 부사장은 IAA 2025에서 “2028년부터 유럽 시장용 전기차 전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뮌헨 구시가지에 있는 IAA 2025의 체험형 부스 ‘오픈스페이스’에는 오전 8시부터 현대차 부스에 사람이 몰렸다. 현대차의 유럽 공략을 위한 소형 전기 콘셉트카 ‘콘셉트3’가 오전 9시에 공개되기 때문이었다. 내년 상반기 아이오닉2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은 콘셉트3는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형 해치백으로 단단함과 유려함을 모두 담았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만난 벨기에 언론인 사브리나 퍼렌트는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콤팩트하다”며 “현대차는 엔지니어가 기술의 세세한 부분도 알지만 중국차 엔지니어는 그렇지 않다. 나는 현대차에 더 신뢰가 간다”고 했다.

8~9일 둘러본 IAA 2025 현장에선 한국과 중국의 미래형 전기차 대전이 벌어졌다. 8개 업체가 참여한 중국은 물량전을 벌였고, 현대차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9%(현대차·기아 합산), 4.8%(중국 브랜드 전체)의 점유율을 기록한 한·중의 치열한 경쟁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1286만대(EU·EFTA·영국 합계) 규모로 중국(3146만대), 미국(1590만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선제공격은 중국 브랜드가 시작했다. 8일 ‘메쎄 뮌헨’에서는 유럽 곳곳에서 몰려든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가 중국 브랜드 부스를 방문해 신차에 열광했다. 참석자의 기대에 부응하듯 BYD는 유럽 맞춤형 컴팩트 전기차 ‘돌핀 서프’를, 샤오펑은 전기스포츠세단 ‘뉴 P7’를 공개했다. 리프모터도 전기 해치백 ‘B05’를 공개했다. 모두 유럽 특화 모델로,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준중형 사이즈에 2500유로(4000만원) 전후로 가격을 책정했다. 유럽 브랜드 대비 1000유로 이상 싸지만, 성능은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막히니 유럽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중국차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후스(30)는 “독일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빠르게 신차를 내놓는 중국 브랜드에 비해선 시장 대응 속도가 늦다”며 “예전과 달리 ‘중국 브랜드가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했다.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업체가 부스를 열지 않은 9일 오전8시부터 오픈스페이스에 부스를 열었다. 파란색 바탕의 대형 유리관형 부스에 콘셉트3, 캐스퍼EV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 등을 전시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곳에 몰린 300여명의 인파는 콘셉트3가 공개되자 “와우”하고 연호했다. 콘셉트3는 4도어로 구성됐고 현대차의 해치백 디자인인 ‘에어로 해치’로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여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

콘셉트3가 양산되면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은 소형(아이오닉2), 준중형(아이오닉5), 중형(아이오닉6), 대형(아이오닉9)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기아 EV 시리즈와 함께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럽은 미국 판매량이 관세 문제로 다소 주춤한 가운데 주목받는 주요 시장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3만7819대로 전년 대비 35.8% 증가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약 2만 유로대(약 3400만 원)의 소형 전기차 4종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가격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고, BMW는 ‘뉴 iX3’, 메르세데스-벤츠는 ‘GLC 전기차’를 공개하며 주력 라인업의 전동화를 가속화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7월 유럽(EU·EFTA·영국) 시장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9% 증가한 137만 대를 기록했다.

한편 LG전자는 IAA 2025에서 차량용 webOS 기반 콘텐트 플랫폼을 공개하고, Xbox·Zoom 등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와 업무 환경을 동시에 구현하는 ‘모바일 생활공간’ 비전을 제시했다. LG전자는 webOS 외에도 차량 내부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센서 기술(인캐빈 센싱), 차량과 외부 서버를 연결하는 통신 기술(텔레매틱스) 등 SDV 핵심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차량용 반도체 신제품을 전시했다. 전자업계도 전기차 전장부품 및 솔루션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