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장밋빛 농정공약’…돈줄도 실체도 ‘흐릿’

2025-05-15

‘근거 없는 장밋빛 또는 맹탕’.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농심을 사기 위한 농정공약이 쏟아진다. 하지만 재원 확보방안이 결여돼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거나 구체적 밑그림이 빈약한 내용이 많아 농업계는 후보들의 약속이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한다.

농정공약의 선명성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앞선다. 농업·농촌·농민의 위기에 대응할 정책이 망라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실현 가능성 논란도 따라붙는다. ‘양곡관리법 개정’ 등을 간판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재원 확보방안은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서다. 이 후보는 최근 내놓은 10대 공약에서 “재정사업은 2025년 추가경정예산(추경)과 2026년 예산 수립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서도 “재원 조달방안은 정부 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한다”고만 밝혔다. 농업예산에 대한 특별한 방침은 없었다. 이보다 앞서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분야 정책발표문’에선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공약 중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값 하락으로부터 농민을 지킬 수단으로 평가받지만, 현정부에선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을 문제 삼아 두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법 개정을 재추진할 경우 재정당국은 물론 비농업계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대응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역시 상당한 재정 확보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가격안정제는 적용 대상과 보장 수준에 따라 필요 예산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2020년말 GS&J 인스티튜트가 제안한 모델에선 연간 1750억∼48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15개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시장가격이 평년 가격의 90∼100%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의 80∼90%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공약에 담긴 공익직불제와 농식품바우처 확대 역시 재정당국 설득이 관건이다. 현정부에선 재정당국 반대로 예산 확보가 더뎌 로드맵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 후보가 화두로 띄운 농촌기본소득 법제화도 재원 마련이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농정공약은 아직 손에 잡히는 게 없는 상태다. 10대 공약에 ‘8대 노지 작물과 5대 과수 품종 수급 안정화’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생활물가 부담 완화를 담았을 뿐이다.

그나마도 구체적 내용이 없어 현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과의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김 후보가 추가 농정공약을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내용과 공개 시점은 안갯속에 있다.

농업계와 전문가들은 남은 선거 기간 정책 대결이 이뤄지길 기대하면서도 공약이 실현 가능성과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법적·재정적 기반 강화 약속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면서 “주요 농업정책은 재정 지출 방식을 1년 예산주의에서 법정 의무 지출 방식으로 전환하고, 규범법 성격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집행법적 성격을 포함하도록 개정해 농정 추진의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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