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산업과 고용의 '변태기(變態期)'에 들어섰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챗GPT가 등장한 2022년 말 이후 금융, 법률, 정보기술(IT) 등 고숙련 사무직 분야에서 청년층(22~25세)의 고용률이 13%에서 16%로 급감한 반면, 35~49세 중장년층 경력직 고용은 오히려 9% 증가했다.
신입 채용은 줄고, 경력직 선발은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흐름은 기술 변화에 따른 고용 구조 재편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전환임을 시사한다.
이같은 전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즉 변태다.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과정처럼, 지금의 고용 환경은 양적 축소가 아니라 질적 전환을 겪고 있다. 단순히 기존의 직무를 줄이고 효율화하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일의 방식과 산업 구조 자체가 재구성되는 단계다.
AI 전환은 '더 나은 애벌레'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나비'를 요구한다. 애벌레가 아무리 빠르게 기어도 날 수 없다. AI도 마찬가지다. 기존 업무 일부를 자동화하거나 효율화하는 정도로는 기술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진정한 혁신은 AI를 활용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있다. 예컨대, 단순 문서 작성 자동화가 아닌,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자율적 비즈니스 설계 같은 형태다.
그럼에도 다수의 한국 기업은 여전히 AI를 단기적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도입, 콜센터 업무 자동화, 채용 절차 간소화 등은 기술 도입 초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더 빠른 애벌레'에 불과하다. 나비로 진화하지 않으면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신입 채용은 줄고 경력중심의 선별 채용이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 보유자를 선호하며, 단순 반복 업무 중심의 인력 수요는 점차 줄고 있다. 이는 교육제도, 직업훈련 시스템, 기업 인사전략 전반에 걸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또 중간관리자 감축, 전통 산업의 고용 위축, 산업 간 인력 이동 가속화 등은 단기적으로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결국 고용의 질적 전환을 향한 필연적 통과의례다. 번데기 속 애벌레가 해체되듯, 익숙한 직무와 조직 형태가 해체되어야 새로운 노동 생태계가 등장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에이전트 기반 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 산업 구조 안에서 효율화 중심의 기술 활용에 머물러 있다. 물론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일부 플랫폼 기업들이 AI 기반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동화'가 아니라 '더 큰 상상력' 이다. 정부정책, 기업 전략, 교육 제도, 노동법 모두가 지금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 신입사원이 퇴직을 걱정하는 시대, 조직에 적응하기보다 AI와 협업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고용 모델과 직무 설계가 요구된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해체한다. 고통스럽지만, 이는 새로운 생명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지금의 고용 구조 전환 역시 그러하다. AI로 인한 일자리 재편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속도, 그리고 결단이다.
“애벌레는 나비를 꿈꾸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꿈꿀 수 있다.” 이제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시간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배성훈 LX공간정보연구원 스마트도시기획그룹장·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shbae29@l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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