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응징의 반복 속 350년 한일 관계 단초 추적

2025-08-31

역사학자인 김덕진 광주교육대 교수가 350년에 걸친 한일 관계의 흐름과 변곡점을 짚은 신간 ‘을묘왜란 1555’(선인刊)를 펴냈다.

‘을묘왜란 1555’는 1223년(고려 고종 10년)부터 1555년(조선 명종 10)까지 약 350년 동안 이어진 ‘왜구 시대’를 고발하는 총 6부작 시리즈의 첫 권이다.

저자는 이 시기를 “도발과 응징, 폐쇄와 재개, 단절과 복원이 반복되는 한일 관계의 고질적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 시대”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책에서 특히 1555년 전라도 서남해 지역을 휩쓴 을묘왜란에 천착했다.

그는 “조선 건국 이래 최대의 충격이었으며,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왜구의 침략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거나 다치고 납치됐으며, 지역 주민들은 의병을 일으켜 관군과 함께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해남 이남, 영암 양달사 등 최초의 의병이 등장했고, 훗날 ‘의향’으로 불리게 된 전라도의 전통이 형성됐다.

또한 그는 “을묘왜란 당시 일본은 아직 변방에 불과했지만, 포르투갈을 통해 전래된 조총을 들여왔다.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신식 무기가 우리를 위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는 전쟁의 참상과 민중의 분노가 글로 표현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장흥 출신 백광훈이 전쟁의 참상을 담아 쓴 장편 서사시 ‘달량행’은 한국 전쟁문학으로 꼽히며, 장흥 민중이 정부의 무책임을 고발하며 대자보를 붙인 사건은 지역사회에서 집단적 저항 의식을 드러낸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저술의 동기에 대해 “한일 관계사는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대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또 우리 지역이 한일 관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책은 단순한 사료 나열을 넘어 입체적인 서술 방식을 통해 역사를 풀어냈다.

김 교수는 “역사의 목적은 교훈을 얻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과거를 통해 자긍심을 키우고 미래를 그려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술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집필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제2권은 1587년 고흥·완도 일대에서 벌어진 ‘정해왜란’부터 임진왜란 직전까지 다룰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임진왜란을, 하반기에는 정유재란을 소재로 두 권씩 엮어 총 6권을 완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역사는 사실에 입각해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과거의 도발과 응징의 반복을 되새기되, 그것을 넘어서는 평화의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덕진(사진) 교수는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사교육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역사문화학회 회장, 광주시 문화유산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광주교대 교무처장, 광주교총 회장,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최명진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