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필자가 최근 강연과 방송에서 계속 받는 질문 중 하나는 ‘K-방산의 다음 먹거리는 무엇인가?’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와 종사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K-방산의 수출 성과가 좋고,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등으로 악재가 겹치는 주식시장에서 방위산업 주식이 선방하고 있어 ‘상품으로서의 K-방산’에 관심이 많다.

물론 K-방산의 수출 대표상품들이 미래에도 주목받을 무기체계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대형 무기 도입사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K-방산 수출상품들인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같은 지상 무기체계, 대공 방어 무기체계, 경전투기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드론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공격으로 막대한 수량이 소모됐고, 현재 우리가 수출 시장에서 성과를 올린 천궁2 지대공 유도무기의 경우 대형 무인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은 대응할 수 있지만, 작고 빠른 소형 드론에 대해 대응하는 체계는 아니다. 또한 유인 전투기의 경우 운용유지 비용이 더 저렴한 드론으로 대체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결국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재래식 무기’ 중심의 K-방산 수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이런 현대전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안티드론(Anti-Drone) 사업’에 도전하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한둘씩 선보이고 있으며 점차 성과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몇 개 업체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독자 개발한 신형 안티드론 시스템을 해외에 선보이거나, 수출이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수출을 추진하거나 안티드론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지난주 한국 대 드론 산업협회(KADIA)에서 개최한 방위사업청 간담회에서 국내 안티드론 제품 개발업체들은 앞다퉈 자신들의 어려움을 석종건 방사청장에게 호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티드론 개발업체들의 첫 번째 어려움은 수출 문턱에서 국내 인프라 부족으로 겪는 문제들이다. 동남아시아 수출이 가시권에 온 소프트킬(SoftKill) 장비를 개발하는 중소기업 D사의 경우 고정형 중장거리 재머(Jammer)의 수출을 위해서 고객들에게 성능을 실제로 보여줘야 하는데, 드론 재머의 성능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국내 시험장이 없어 곤경에 빠졌다고 간담회에서 발언했다.
실제로, 국내에는 몇 곳의 안티드론 장비를 시험할 수 있는 안티드론 훈련장이나 드론 비행시험 센터가 있으나 중장거리 재밍을 수행할 수 있는 시험장이 없다. 안티드론 시험을 위해서는 넓은 공역이 필요한데다, 전파 방해에 쓰이는 재밍 전파의 경우 전파법의 엄격한 제한을 받아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안티드론 업체, 하드킬(HardKill) 안티드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도 중동지역 대규모 수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하드킬 관련 시험장의 부족으로 곤경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티드론 장비를 개발해도, 이 장비가 어느 정도 성능이 있는지 실증하는 시험시설이 부족하니 수출이 어려운 셈이다.
다른 문제들도 많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안티드론 산업 진출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국내의 안티드론 사업 중 신속히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이 접적지역 대 드론 통합체계, 안티드론 통합체계,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Block-II 세 가지밖에 없고, 그나마 접적지역 대 드론 통합체계만 이번 달 방사청이 사업추진전략 및 구매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나머지 두 체계의 추진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 많은 사업이 진행되는 드론 사업과 달리, 소요결정이랑 요구도 확립, 사업추진전략에 대한 방사청의 준비가 다소 소홀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도, 간담회에 참석한 석종건 방사청장과 첨단기술사업단장, 기동사업부장 등 간담회에 참석한 방사청 고위 인사들은 현재의 안티드론체계 사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가령, 기동사업부장의 경우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동장비(전차, 장갑차, 자주포)가 적의 자폭드론에 의해 큰 손해를 입고 있는 사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방사청, 육군, 합참이 힘을 모아 지상 기동 무기체계에 안티드론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첨단기술사업단장은 부족한 안티드론 시험장의 경우 군 사격장 혹은 서해안의 새로운 부지에서 안티드론 장비를 시험할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이 준비 중인 안티드론 산업 지원책도 공개됐다. 이번 달 안에 국방 첨단 전략사업의 성장을 위한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는데, 이 정책연구 분야에 드론이 포함됐다. 현재 방사청이 운영 중인 ‘방산 혁신기업 100’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다. 또한 방산 수출상품 발굴에 대한 의지나 개조개발 지원사업 등을 통해 안티드론 시스템의 개발비 혹은 군의 시험 운영을 지원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렇게 방사청이 안티드론 개발업체에 대한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나, 두 가지 핵심 문제 해결에 방사청이 성공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첫 번째 문제는 ‘정부의 도움 없이 수출한 기술력 있는 업체’에 대해 방사청의 지원제도가 미진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기업, 상장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다 보니, 비상장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규모 수출계약을 이루어도 수출입은행 대출만 가능하고, 이행보증 보험이나 스타트업 수출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요군과 업체의 ‘괴리된 입장’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원칙을 아직 만들지 못한 점이다. 국군 입장에서 국산 안티드론 장비는 실전 사용을 확신할 수 없는 미 성숙한 장비들이고, 안티드론 장비 생산업체 처지에서는 방사청의 R&D예산은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돼 군이 구매하지 않으면 기술개발 예산 확보가 불가능해 지속적인 성능개량의 길이 막혀 둘 다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이를 노리고 해외 드론 및 안티드론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도전하지만, 해외 업체들의 경우 주장하는 성능과 실제 운용시험에서 보여주는 성능의 괴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이 드론 및 안티드론 시험평가 역량을 높여 장비의 성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대신, 장비들의 성능이 군 운용 요구조건(ROC)에 미달하면 업체에 장비 생산과 성능개량 예산 발주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메마른 사막에 물 없이 씨앗만 뿌려놓고 열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은 이미 세계시장에 선보일만한 안티드론 장비를 내놓았으나, 동시에 우리 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방사청이 앞으로 새로 내놓은 안티드론 산업 진흥정책이 우리 군과 산업을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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