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삼성 이재용 회장이 지난달 10년 만에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왔다.
시 주석이 주최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 회동을 계기로 만난 것인데, 이 회장은 샤오미, BYD 등 중국의 대표적인 CEO 등과도 회동했다.
미국과 치열한 관세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개혁, 개방의 의지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주최한 이 행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재용 회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만남 자체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삼성뿐 아니라 유럽의 기업들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을 피해 미국의 주적이 되고 있는 중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이 상황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유럽 기업들이 ‘양다리 걸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올라 셀레니우스 CEO는 “독일과 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굳건히 추진하겠다”라고 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BMW는 지난해 중국 선양에 4조 원을 들여 생산기지를 조성하겠다고 했고, 최근에는 중국 알리바바와 함께 개발한 AI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독일의 대표적인 완성차들은 미국이 3년 전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에 줄을 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도 혈맹도 구별 없이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자 이처럼 ‘양다리 걸치기’,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시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연구·개발 센터 설립에 3조 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프랑스 기업들도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 유럽 기업[들의 ‘양다리 걸치기’는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기업들의 빈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속내도 깔려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023년 미 의회의 압력으로 현지 사업을 축소한 것 등이 그런 케이스다.
이처럼 경제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동맹도 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적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제 패권전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을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