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세계 주요국의 국방력 증강 기조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연이은 수출 성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K-방산에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방산기업의 무기 등 물자 수출을 검토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방산 호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격화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연이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방산 4개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1455억원이다. 지난해 4개사 합산 영업이익 1조3350억원과 비교하면 큰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만 3년 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지속 등이 국내 방산 기업들의 실적 고공행진을 견인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K-방산의 질주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당선 전 세계 정세를 고려해 '국방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재선에 성공하면 러‧우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이를 러시아가 거부하면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국의 지원이 증강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지 K-방산에겐 기회가 되는 셈이다.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K-방산은 높은 가성비의 첨단 무기체계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면서 "전 세계가 기민하게 군비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방산 기업들에 여러 기회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췄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끼어들면서 방산 업계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김병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부가 방산기업의 무기 등 물자 수출을 허가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의 수출 허가 요청이 있을 때 국회가 비공개로 심의, 3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국가 외의 자’를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한국이 맺은 안전 보장 관련 조약은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유일하다. 다시 말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방산물자를 수출할 경우 이 개정안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입법부가 방산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 분야 한 연구원은 "국내 방산 업체들이 정말 유례없던 호재 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오히려 역행하는 행위"라면서 "각 기업들이 수년에 걸쳐 수주를 따내고 수출 성과를 내는 데 또다른 규제를 통해 길목을 막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분히 정치적인 문제로 이번 개정안이 나온 것인데, 잘나가는 산업에 훼방을 놓아선 안된다. 정치 문제로 산업을 뿌리채 흔들어서 되겠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 역시 "수출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된다"면서 "이번 법안이 이중 규제로 작용될 수 있다. K-방산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