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야구선수 정근우와 정찬헌이 10년 만에 ‘벤치 클리어링 사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23일 전 야구선수 정근우의 유튜브 채널 ‘정근우의 야구인생’에는 ‘EP 35-1. 2014년 그 날의 추억! 정근우 VS 정찬헌의 벤치클리어링 비하인드 스토리’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해당 영상에는 전 야구선수이자 현 키움 히어로즈 코치인 정찬헌이 출연해 정근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정근우와 정찬헌은 벤치 클리어링으로 악연에 휩싸였던 바 있다. 2014년 4월 20일 한화와 LG의 경기에서 정찬헌이 정근우에게 2번의 빈볼을 던졌었고 결국 두 번째 빈볼 이후 두 팀 간의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6회말 첫 번째 빈볼에 맞고 주자로 나간 정근우가 2루로 달리며 오지환의 스타킹이 찢어질 정도로 깊은 태클을 하였고 이 플레이에 양 팀 선수들 간의 감정이 격해졌다. 이후 8회말 다시 타석에 선 정근우에게 정찬헌은 다시 한번 빈볼을 던졌고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며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해당 벤치 클리어링은 정근우와 정찬헌의 험악한 표정과 양 팀 선수들 간의 난투극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정근우가 LG로 이적하며 두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나 벤치 클리어링의 이미지가 큰 탓인지 누리꾼들은 여전히 두 사람의 만남을 고대하기도 했다.
정찬헌은 “그 당시에는 팀이 우선이었다”며 “선배를 맞춰도 주눅들지 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당시에는 승부욕에 불타오르던 시기였음을 밝혔다. 이어서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그런 부분이 스스로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오더라”는 심정을 전했다.
정근우는 “그때도 정찬헌이 일부러 맞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만 사과를 안 했던 것에 꽂혔다”고 말했고 정찬헌은 “그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며 다시 한 번 정근우에게 사과했다. 정근우는 “다만 오지환에게 깊게 슬라이딩 한 것은 내 잘못이다. 나도 모르게 열 받아서 발을 들었다”며 “근데도 (이)병규 형이 항의할 때 대들었다. 그 때 나도 선후배가 없었나보다”며 자학개그를 해 웃음을 선사했다.
정찬헌은 “(오지환) 스타킹 사건도 있다보니 벤치에서 선배님들이 노발대발했다. 보통은 그런 상황에서 투수가 바뀌는데 내가 계속 나오다보니 ‘같은 투수가 같은 타자를 2번 연속 맞추는’ 상황이 나오게 됐다”며 “첫 번째는 정말 고의가 아니었는데도 두 번 다 내가 고의로 맞춘 것 처럼 상황이 (됐다)”며 억울한 부분이 있었음을 설명했다.
정근우는 “(정찬헌의) 두 번째 빈 볼은 분명히 누군가 지시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두 번째 맞을 때는 상황 상 맞을 줄 알았다”고 정찬헌을 두둔했다.
이어서 정근우는 “근데 그 선배는 왜 그랬던 거야?”라고 물으며 ‘빈볼 지시’ 범인 색출에 나섰다. 당황한 정찬헌은 망설이더니 “그 선배의 감정이 많이 올라왔던 것 같다”며 선배의 신원을 보장해주고자 했다. 정근우는 “그 선배의 마음도 다 이해가 간다. 팀에 대한 사랑이 큰 것 아니냐”며 “근데 그래서 누구냐. 뭐 10년이 흘렀는데 얘기하면 뭐 어떠냐”고 구슬렸지만 정찬헌은 계속 망설였다. 그러나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던 정근우는 이병규의 응원가를 불렀고 정찬헌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이지만 워낙에 팀을 너무 사랑했던 것 같다”고 말해 당시 ‘정근우 빈볼’이 이병규의 지시였음이 사실로 밝혀졌다.
정근우는 “뒤에서 ‘병규형이 시켰다’고 말한 사람이 많아서 다 알고 있었다”라며 이미 다 알고 있었음을 털어놓았고 정찬헌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정근우는 “이미 LG로 이적해서 병규 형이랑 다 풀었다. 이제는 하나의 에피소드”라며 “병규 형은 리더로서 본인의 할 몫을 다 한 거다”라고 오히려 이병규를 이해한다고 말해 훈훈하게 에피소드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