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전 베트남대표팀 감독(67),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55), 김병지 강원FC 대표(55)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 선임됐다. 관심을 끈 전무 자리에는 축구인들로부터 “할 말은 다 하지만 튀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전 코레일 김승희 감독(57)이 뽑혔다.
축구협회는 9일 새로운 집행부 명단(27명)을 발표했다. 부회장단은 김병지 대표, 이용수 세종대 명예교수, 박항서 감독, 신태용 감독, 신정식 전남축구협회장 등 5명으로 꾸려졌다.
전무이사는 김승희 감독이 ‘깜짝’ 발탁됐다. 김 감독은 철도청과 한국철도 축구단(1990~2000년)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인천 한국철도(2002~2006년·코치), 대전 코레일(2007년~현재)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명지대를 졸업해 실업축구 철도청에 입단한 뒤 35년 동안 한 팀에서만 선수~코치~감독을 지낸 ‘원클럽 맨’이다. 선수와 지도자로 한국축구에서 오랫 동안 활동해 한국 축구가 가진 전반적인 문제점과 구조적 한계 등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다. 명지대 선배인 김학범 제주 감독(65)은 “자기 말을 똑부러지게 하면서도 선후배 사이에서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 처신을 잘 한다”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을 넘어 문제점을 정리해서 대책을 제시하는데도 능력을 가진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정몽규 회장은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의 경험에서 변화와 혁신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 고심 끝에 김승희 감독을 전무이사로 임명했다”며 “국내 축구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K3리그 지도자로 위아래 현장을 두루 잘 파악하고 있는 그를 협회 실무행정 책임자로 발탁함으로써 축구계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김 전무는 협회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현장과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협회 행정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분과위원회는 이전의 8개에서 9개로 개편됐다. 소통위원회와 국제위원회가 신설됐고 사회공헌위원회는 폐지됐다. 분과위원장도 총 8명이다. 전력강화위원장에는 현영민 축구해설위원(2002년 한일월드컵대표팀 수비수)이 뽑혔다. 기술발전위원장은 이장관 전 전남 감독, 대회위원장은 김현태 전 대전 전력강화실장, 심판위원장은 문진희 전 심판위원장, 소통위원장은 위원석(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윤리위원장은 김윤주 변호사(여성가족부)가 각각 자리했다. 의무위원장에는 김광준 박사(신촌 세브란스병원), 국제위원장에는 전한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사는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 정희돈 아시아체육기자연맹 회장, 이정효 광주FC 감독, 김도근 강릉시민 축구단 감독, 오해종 감독, 이미연 상무 감독, 윤종석 장훈고 감독, 신병호 제주중학교 감독, 김민덕 진건초등학교 감독, 김호남(전 부천FC), 전가을(전 세종 스포츠토토), 이보윤 창령축구협회장이 아시진에 들어갔다. 변석화 전 대학연맹 회장, 김대은 전 전북축구협회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실무를 담당하는 위원장과 이사진이 대부분 국내 축구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사들로 꾸려진 게 특징이다. 국내와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린 ‘빅네임’ 스타들로 구성된 과거 집행부와 기류가 다르다. 국내 학교 축구 지도자들이 이사진에 들어간 것도 이례적이다. 한 축구인은 “한국축구가 가진 문제점을 잘 알고 대안을 고민해온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축구, 즉 풀뿌리 축구를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