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특활비 삭감에 ‘위장수사’ 0건…상금에 사비까지 털어 마약수사

2025-02-24

巨野 주도 2023년 전액 삭감 후폭풍

1월 ‘위장 거래’ 수사 전혀 못 해

도박사이트 차단 月 5.8건서 1건

“사비 지원하는 방법밖에 없어

딥페이크 등 수사 사실상 중단”

검찰이 올해 1월 마약사건 수사를 위한 ‘위장거래’를 전혀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전액 삭감된 데 따른 것인데, 일선에선 사비나 외부 기관에서 받은 상금을 끌어다 수사에 활용하는 실정이다.

24일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30건 이상 진행한 위장거래를 올해 확대하려고 했지만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월평균 2∼3건씩 위장수사를 위한 경비가 전액 삭감된 게 주요 이유다.

검찰은 점조직화된 마약조직의 수뇌부를 추적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임을 숨기고 거래를 진행하는 척 접근하는 위장수사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엔 ‘현금’이 드는데, 실제 마약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다크웹’ 등 사이트에 접근하기 위한 가입비만 50만~100만원에 달한다. 아울러 마약을 구매하는 것처럼 접근하기 위해선 여러 차례 현금을 송금하며 상대를 특정하기도 한다. 검찰은 마약수사를 위해 편성된 특활비를 이런 위장수사에 활용해왔다. 신원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이런 수사 과정에서 법인카드나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은 마약사건 위장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2024년 2억4800만원이던 마약수사 특활비를 올해 7억4800만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의 특활비 전액 삭감 확정으로, 위장수사를 위한 특활비는 0원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사건은 제보도 잘 들어오지 않는데, (위장수사를 위한) 돈이 없으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수사를 못 하고 들어오는 제보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사를 하지 않으면 통계적으로 마약사범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마약은 우리 주변에 점점 더 많이 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의 특활비·특정업무경비 전액 삭감으로 인한 후유증은 위장수사 외에 여러 수사 관련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수사 인력이 현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마약범죄처럼 범죄의 단서를 잡기 위한 정보 수집이 필요한 분야에서 수사 실적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범죄자가 은닉한 범죄수익을 찾아내 환수하는 ‘범죄수익환수 추징 집행액’은 올해 1월 90억원으로 전년 동기 150억원 대비 약 40% 감소했다.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 인원도 지난해 월평균 300명에서 올 1월 216명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불법 도박사이트 정보 수집 및 차단 실적도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5.8건에서 올 1월 기준 1건으로 감소했다.

대검 관계자는 “기밀을 요하는 수사에 소요되는 현금성 비용과 통상적인 수사에 드는 실비조차 사라진 상태”라며 “마약, 딥페이크, 불법 도박사이트 등에 대한 추적과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고 수사비, 검거비 등 수사실비가 없어서 압수수색 등 외부 수사 건수가 3분의 1 이상 감소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에선 수사를 위해 ‘사비’부터 외부 기관에서 받은 ‘상금’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지난해 천고법치문화재단에서 받은 상금을 이용해 일부 위장거래를 선별해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범죄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수사 공로를 인정받아 격려금으로 받은 상금으로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 사비를 지출하는 일이 다반사이며, 일선에선 수사가 위축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지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수사관들은 사실 위험한 업무를 하는 만큼 ‘위험수당’ 격으로 지급되던 특정업무경비도 전액 삭감돼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한 부장검사는 “범죄수익환수를 위해선 은닉된 자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수사관이 찾아가거나 유관 기관들끼리 협의할 사항이 많고 전국에 흩어진 민사 법정을 찾아가 소송을 대행해야 한다”며 “(수사를) 하지 않거나 사비를 지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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