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경기도 외곽을 지나는 국도를 달렸다.
교도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내가 직접 구속했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처음 그를 본 건 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였다. 젊은 남자 가수들이 어르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를 진지하게 부르는 무대였다. 경연을 통해 성숙해지고, 진심을 담아 노래하면서 진정한 트로트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신선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시선을 끈 사람이 있었다. 성악의 기품과 트로트의 서정을 함께 품은 목소리의 주인공. 김호중.

짧지만 굵게 내뱉는 중저음은 묵직했다. 때로는 사람의 한 세월을 관통하듯 깊었다. 젊은 목소리 속에 불현듯 깃들어 있는 중년의 울림. 그에게 매혹된 건 나 하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내 수사 기록 속 피의자의 이름으로 마주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국도를 달리며 나는 1년 반 전의 시간을 떠올렸다. 시간은 달리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흐르지만, 기록 속의 과거는 가끔 이렇게 되돌아온다.
2024년 5월 9일 밤 11시44분.
무전이 울렸다.
“압구정로 46길, 택시 접촉사고, 가해 차량 도주.”
교통사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정을 앞둔 시각에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면 음주·약물·수배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가해 차량은 고가의 외제차로, 충격 후 잠시 멈칫했으나 곧 급가속해 현장을 이탈했다. CCTV와 택시 블랙박스에는 차량 번호판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번호판 조회 결과 차주의 이름이 확인됐다.
김호중.
사라진 외제차를 쫓는 조사관들의 눈빛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곧장 김호중의 주소지를 찾았으나, 차량은 없었다.
5월 10일 새벽 두 시 무렵.
압구정 파출소 문을 열고 두 남자가 들어왔다. 김호중의 매니저와 소속사 본부장이었다.
매니저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자수하러 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03%로 면허 취소 수치였다.
“사고 장소는?”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고 상황은?”
“… 당황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술은 얼마나?”
“…서너 잔 정도입니다.”
대답은 모호하고 단순했다. 조사관은 자수가 아닌 연극을 의심했다. 그럼에도 확단할 수는 없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러나 김호중의 벤틀리 차량 블랙박스 전원선은 뽑혀 있었고, 저장칩도 사라져 있었다.
5월 10일 아침.
서장실에서 긴급 호출이 왔다. 유명인이 연관된 사건은 초동 증거 수집이 사건의 성패를 가른다. 교통과와 형사과가 즉시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세 개의 강력팀이 현장에 투입됐다. 얼마 후, 현장에서 들어온 긴급 보고.
사건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