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당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를 향해 “여·야·정 3자의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구성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여당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해보겠다고 경거망동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여당의 경제 리더십 공백 상황을 이 대표가 파고든 것이다.
이 대표는 “예견한 대로 탄핵 무산 블랙먼데이가 현실화되고 말았다”고 했다. 전날 코스피는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로, 코스닥은 34.32포인트(5.19%) 급락한 627.01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닥 지수가 630선을 밑돈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21일(628.77)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도 1430원대까지 올랐다. 민주당은 지난 8월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했을 때도 여·야·정 비상경제협의체 가동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주가 하락에 따른 ‘개미’(일반 투자자)의 분노를 공략했다. 그는 “나흘간 시가총액 140조가 증발했는데 하루에 무려 20 수조 원씩의 국민 재산이 허공에 날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했다. 일하고 야근하고 쌈짓돈 모아 투자도 했다. 국민은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그리고 집권당의 탄핵 반대가 빚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투자자 표심을 공략하는 행보를 해왔다. 이 대표는 당내 논란을 무릅쓰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밀어붙여 관철했고, 여당이 주장하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 유예에도 동의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2027년 1월부터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그는 최근 자신을 “지금은 공직자로서 잠시 쉬고 있지만, 다시 언젠가는 국장에 복귀할 휴면 중인 개미”라고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