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선 매입·기존 선박 개조 실효성 낮아
대형 CLV 확보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부채비율 32.8%...재무건전성 유지 목적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S마린솔루션이 20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한 배경에는 중고선 매입이나 기존 선박 개조의 실효성 부족, 그리고 무차입 경영 기조 유지가 있다. LS마린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분기말 기준 32.76%로, 금융기관 차입이나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높은 이자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확보한 자금은 1만3000톤급 대형 포설선(CLV) 건조에 투입된다.
◆이사회 "중고선·차입 보다 신조·유증"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S마린솔루션은 지난 26일 본사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조 CLV 투자와 주주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가결했다. 김병옥 대표이사를 비롯해 6명의 이사들이 참석해 두 안건 모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LS마린솔루션 이사회는 최근 케이블 적재용량 1만 톤 이상급 대형 CLV 수요가 심해 및 장거리 해상풍력 시공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신규 선박 발주를 결정했다. CLV는 해저케이블 설치 사업의 핵심 자산으로, 선진 경쟁사 대비 시공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전용 선박의 자체 보유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CLV 확보 방안으로는 중고선 매입, 기존 보유 선박 개조 등도 함께 검토됐지만, 시장에 매물 자체가 희소한 데다 대부분이 소형급으로 활용도가 낮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존 GL2030호는 자가 추진 기능이 없는 바지선(CL Barge)으로 장거리 항해에 구조적 한계가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용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유상증자 외에도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발행 등이 논의됐지만, LS마린솔루션은 그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해 외부 차입 비중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올 1분기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32.76%로 양호한 수준이며, 단기 차입금도 이미 상환을 마친 상태다.
회사 측은 "신조선 발주대금 규모를 감안할 때 타인자본 조달 비중이 높을 경우 이자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신조선 취득시 금융기관 차입은 최소화하고 후순위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생산·운송·시공 '원스톱' 수행 목표
이번에 건조될 CLV는 케이블 적재용량 1만3000톤급으로, 내부망·외부망·부유식 등 다양한 형태의 해상풍력 포설 시장을 겨냥해 설계됐다. 특히 HVDC 외부망 케이블 2개 라인을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캐러셀(Carousel)을 갖춰, 초장거리·심해 시공이 가능한 고사양 선박이다.
LS마린솔루션은 신규 CLV를 오는 2028년 전후로 인도받을 계획이다. 이 시점은 LS전선이 미국 동부에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공장 완공 시기(2027년 상반기 예정)와 맞물린다. 회사는 이를 통해 케이블 생산·운송·시공을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EPC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2028~2030년 사이 대만 연안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서해안 HVDC 사업 수주를 노린다. LS마린솔루션은 대만이 빠른 해상풍력 확대에 비해 CLV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선박 투입 시 높은 가동률 확보와 조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신조선 투자에는 유상증자 방식의 자금 조달이 병행된다. 회사는 약 2783억 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고, 부족분 675억 원은 보유 현금과 지난해 6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확보한 350억 원,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선박 건조 대금은 총 5차례에 걸쳐 20%씩 분할 지급되며, 계약금(1차분)은 내부자금과 제3자배정 자금으로 우선 집행한다. 이후 지급분은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과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순차 지급될 예정이다.
김병옥 LS마린솔루션 대표는 "신규 포설선은 단순한 장비 확장을 넘어 국가 전력망 자립과 전략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LS전선과 함께 국내외 대규모 해상풍력은 물론 초장거리 해저망 구축 사업에도 본격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