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본 닛산자동차가 1조 엔(약 9조 5000억 원)이 넘는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자동체 관세를 놓고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동성 리스크를 대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닛산은 최대 6300억 엔 규모의 전환사채(CB) 및 회사채를 발행하고, 영국 수출금융이 보증하는 10억 파운드 규모의 신디케이트 대출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중국 전기차(EV)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쪼그라든 가운데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일본에 대해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가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는 각각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미 무역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장 차가 커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상호관세 중 일률적으로 부과한 10% 관세와 국가별로 적용하고 있는 14% 관세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내년 부채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점도 닛산의 재무상황에 부담이다.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닛산의 부채는 약 56억 달러로 블룸버그 집계 기준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닛산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지속되고 추가 자금 투입이 없을 경우 2026년 3월까지 현금 유동성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2026년 3월까지 4500억 엔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갚아야 할 돈은 눈덩이인데 영업현금흐름이 쪼그라들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닛산 실적은 혼다와 합병이 무산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말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절감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통합 비율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닛산은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6708억 엔(약 6조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앞서 닛산은 전체 인력의 15% 수준인 2만 명을 감원하고 중국을 제외한 세계 자동차 공장 17곳을 10곳으로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