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꼴찌 집값>지방 1등 집값…두 고교 동창, 재산 10억 차이 [2025 중산층 보고서]

2025-05-27

부산 출신 1984년생 두 고교 동창의 출발은 비슷했다. 사범대를 졸업한 A는 부산에서 28세에 교사가 됐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B는 29세에 대기업에 취직했다. 32세에 결혼해 맞벌이 부부로 생활했다. 하지만 A는 요즘 B의 부동산 투자 성공기를 들을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예금 같은 금융자산은 A(1억6000만원)가 B(3500만원)보다 많다. 하지만 B가 거주 중인 아파트 시세는 17억4000만원으로 A의 아파트(4억1000만원)보다 4배 이상 비싸다. 30대 초반부터 분당과 송파에서 두 번의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에 성공한 B는 2019년 10억원대에 서울 동작구 아파트를 사서 거주 중이다.

두 사람의 총자산 격차는 약 10억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A는 “부산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싸니까 내 집 마련도 내가 먼저 했는데, 8년 동안 겨우 1억원 올랐다”며 “일찌감치 서울에 자리 잡을 생각을 했다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소득 기준으론 두 사람 모두 중산층에 속하지만, B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반면, A는 아니라고 느낀다.

지난 10년간 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 가계소득의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3년 0.370에서 2023년 0.323으로 줄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 역시 7.58배에서 5.72배로 줄었다. 역시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자산 격차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반대로 간다. 2017년 0.584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순자산 지니계수는 이후 7년 연속 상승해 2024년 0.612까지 올랐다. 한국의 경우 가구의 부동산 집중도가 75%에 달한다. 2010년 중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자산 양극화를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3년 주택자산가액 상위 10% 가구의 집값 평균은 12억5500만원, 하위 10%는 3100만원이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엔 격차가 7억2100만원이었는데 8년 새 12억2400만원으로 벌어졌다. 중산층과 비교해도 격차는 뚜렷하다. 2015년 이후 상위 30~70% 가구의 주택자산가액은 평균 5500만원 상승했지만, 상위 10%는 5억1200만원이나 뛰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소위 ‘똘똘한 한 채’ 전략에 제때 대응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금융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자본차익’이 부동산 자산 불평등도에 기여하는 정도는 2014년 7.82%에서 2021년 14.2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득이나 주택 소유 여부의 기여도는 거의 같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소유했는지가 자산 증가에 상당한 편차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서울-지방 간 격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월 기준 29억5043만원에 달하지만 6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각각 7억3091만원, 4억8665만원에 그친다. 심지어 서울은 1분위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도 4억9004만원으로 지방의 5분위 가격을 웃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사회와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다’고 믿는 사회는 천양지차”라며 “장기적으로는 세대 갈등으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 격차는 전 세계의 공통적 고민이고, 직접적으로 해결하려고 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이나 지방의 정주 여건 개선 등 여러 과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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