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잔재인가...5.16도로 "개명 쉽지 않네"

2025-11-13

김대진 의원 "도로명의 익숙함을 가정한 민주주의 훼손"

오영훈 지사 "감정과 기분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변경해야"

5·16 군사쿠데타의 이름을 딴 5·16 도로에 대한 개명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 사거리~서귀포시 동홍동 비석거리까지 40.56㎞ 구간의 이 도로는 ‘지방도 1131호선’ 대신 5·16 도로로 널리 불리고 있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명칭을 변경하려면 ‘5·16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621명(건축물 892동) 가운데 절반 이상의 서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변경 논의를 하려면 5분의 1 이상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5·16로’를 사용하는 법인과 사업자를 포함하면 사용자는 약 2000명에 달해 이들 중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서귀포시가 2018년 도로명 주소 일부 사용자에 대한 의견을 받은 결과 찬성 2명, 반대 18명으로 개명을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높았다.

김대진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동홍동)은 13일 도정질문에서 “서울은 5·16광장에서 여의도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제주는 56년 동안 5·16도로를 사용하고 있다”며 “제주도민과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군사정권을 상기시키는 숫자가 여전히 도로명으로 불리고 있는 현실은 익숙함을 가정한 민주주의 훼손이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영훈 지사는 “저 역시 5·16에 대한 용어를 좋아하지 않고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다만, 감정과 기분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도로명 주소 사용자에 대해 다시 의견을 물을 필요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서귀포시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5·16 도로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2년 임도로 처음 개설됐다. 1956년부터 도로 정비가 진행돼 초기 도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확장공사가 본격화됐다.

이 도로는 1962년 3월 24일 기공식이 열린 지 7년 만인 1969년 10월 1일 개통됐다.

1962년 공사 현장을 감독했던 김중근 전 제주도 건설교통국장에 따르면 5·16 도로의 성판악~영주교 10㎞ 구간은 삽과 곡괭이로 도로를 닦는 등 당시 사람의 손으로 뚫어 놓았다고 회고했다.

일각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한 시간에 만에 연결한 이 도로가 제주의 개발 서막을 알렸고, 불가능하게 여겼던 공사를 이뤄내면서 해당 도로명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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