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부문 "실무진선에서 투자 중단"…투자심의위원회와 '선 긋기' 해명
MBK파트너스 스페셜시튜에이션스(SS) 부문이 고려아연 관련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에 대해 재차 해명을 내놨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MBK의 SS부문은 과거 고려아연 내부 자료를 받고 사업 참여를 검토한 건 맞지만 추진이 불발되면서 최종 윗선인 투자심의위원회까지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바이아웃(BO) 부문과는 정보교류 차단막인 이른바 '차이니즈월'이 존재하기 때문에 SS부문 실무진 선에서 검토만 했던 자료가 바이아웃 부문으로는 넘어갔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행상 실무진 선에서 검토한 사항을 윗선 보고도 없이 중단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데다, MBK 내부 자료에도 이에 반하는 근거가 실려 있어 어설픈 해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S부문 해명의 핵심은 김병주 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브라이어 민(Bryan Min) 최고운영자(COO), 스티븐 러(Stephen Le) 파트너 등 4명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 선까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김병주 회장은 MBK 파트너스 안에서 유일하게 거부권(Veto Power)을 갖고 있어 바이아웃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두 부문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또한 SS부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를 받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무선에서 사장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꼬리자르기'식 해명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MBKP SS부문이 과거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실무진 임원 5명이 SS와 BO 업무를 동시에 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 만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란 지적이 나온다. MBK 파트너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파트너인 이인경 부사장과 차영수 운영 파트너, Hyosung Christie Tang, Xuan Yan, Shinich Mochida가 SS와 BO를 오가며 일하고 있어 그 과정에서 정보가 자연스레 공유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인경 CFO는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MBK파트너스 홍콩법인의 등기 임원(Director)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MBK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령 MBK의 SS부문 주장대로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사장시켰다 하더라도 실무진 선에서 고객사의 중요 정보를 묻어놓다는 것도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SS부문이 내놓은 해명은 스스로의 평판을 해치는 꼴"이라면서 "그동안 MBK가 내놓은 해명들은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의문점만 더욱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MBK SS부문이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과 관련해 투자심의위원들과 선긋기에 나선 것이 현재 BO 부문에서 불거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 논란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적 의사 결정권을 가진 김병주 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브라이언 민 최고운영자, 스티븐 러 파트너 모두 외국인인 점을 고려했을 때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진행하는 바이아웃 부문과의 연관성을 끊어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외국인 투자심의위원들이 바이아웃 부문에 대한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MBK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MBK는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에 진정이 들어가 있고, 향후 조사 과정에서 위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