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공보의 부족 부채질…구멍 뚫린 농촌 의료

2025-03-10

지난해 2월 불거진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 인원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교육부 발표에도 의료계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농업계는 정부와 의료계 대립이 길어지면서 농촌 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올해 전부 입영 대상자가 되며 농촌 의료의 축을 이루는 공중보건의(공보의) 문제로 번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의무사관후보생 규정상 수련을 그만둔 즉시 입영 대상자로 전환돼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동안 매년 입영하는 의무사관후보생은 1000여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전공의 대거 사직 여파로 올해는 입영 대상자가 3300명에 달한다. 국방부는 이들 미필 사직 전공의를 4년에 걸쳐 분산 입대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2월27일 880명에게만 입영 통지를 보냈다.

전공의들은 입영 시기를 국가가 결정하는 일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 소원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올해 공보의 배출은 급증하는 반면 내년부터 몇년간 신규 공보의가 배출되지 않아 농촌 공보의 수급에 일대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높다.

정부 방침대로 분산 입대가 이뤄져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달 입영하게 될 전공의 880명 중 공보의는 250명으로 4월 전역 예정인 공보의 512명보다 262명 적다. 4월부터는 농촌 의료 현장에서 공보의 262명이 순감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응급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민간시설에 공보의 파견을 진행하고 있어 농촌 현장에서 체감하는 의료 공백은 더욱 심각하다.

김향숙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의정 갈등이 불거진 이후 공보의수가 줄어 보건직 공무원이 가벼운 처방만 내리는 보건지소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공보의가 더 줄면 더 이상 농촌 의료 체계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건강관리서비스 개선 방안 연구’에서도 지난해 9∼10월 인구감소지역 60곳의 보건지소 중 의과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지소의 비율이 40.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 갈등에 더불어 현역보다 복무기간이 두배가량 긴 공보의의 지원율이 감소한 점도 지역의료 공백을 부추긴다는 평가다.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멈추고 공보의 부족문제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촌의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사직 전공의 입대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시 공보의 수급에 문제가 된다”며 “농촌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신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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