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지난해 말 교도소가 죄수들로 넘쳐나자 에스토니아로 죄수를 이감하는 방안을 검토해 화제가 됐다. 영국 수감자는 현재 8만9000명에서 내년 10만63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에스토니아는 낮은 범죄율로 교도소 절반가량이 비어 있다. 발트해 국가에서 교도소 수감자 1명에 연간 들어가는 비용은 영국(약 5만파운드)보다 낮은 1만∼2만파운드다. 과거 노르웨이와 벨기에도 교도소 과밀 해소를 위해 네덜란드 교도소를 빌려 쓴 적이 있다.
“최근 구치소 수용률이 높아져 과밀 수용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 법정구속이나 구속영장 신청·청구를 숙고해달라.” 지난해 11월 부산구치소 측은 법원과 검찰·경찰 등 수사 기관에 이례적인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구치소 수용률이 남성 148%, 여성 227%에 달해서다. 구치소 측은 “과밀 수용이 점점 심해지다 보니 매일 수용자 간 갈등, 싸움이 생기고 그에 따른 고충상담이나 민원 처리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일부 사건 피의자 구속이 구치소 사정으로 불발됐다. 판사들이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교정 시설의 수용 인원은 6만2981명으로, 정원(5만250명)보다 1만2000명 이상 많다. 전국 교정 시설 수용률이 125.3%라는 말이다. 법무부는 “수용 인원이 6만명을 넘어선 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처음이고, 125% 이상 수용률도 약 30년 만의 최대치”라고 밝혔다. 최근 늘어난 수용자 중 상당수는 20, 30대 마약 사범이다. 연간 마약 단속 인원이 2년 연속 2만명을 넘은 걸 보면 교정 시설 과밀화는 더 심해진다고 봐야 한다.
재소자들은 “과밀 수용으로 옆으로 또는 쪼그리고 자는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정부를 상대도 잇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있다. 법무부는 교정 시설을 확충해 수용 정원을 2028년까지 5만9265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교정 시설 신축·이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교정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치안 불안과 재범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처럼 ‘죄수 수출’은 불가능하고 이래저래 딜레마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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