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다음날 군부대 헌혈 무더기 취소된 이유? 알아보니···

2024-12-10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 전국 15개 군부대에서 예정돼있던 헌혈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한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군 병원이 유혈사태를 대비해 혈액을 비축하면서 서울 시내 병원에 혈액이 모자라다는 풍문도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공개한 12월 3~5일 ‘헌혈버스 단체헌혈 변경상황’ 자료를 보면, 지난 4일 군부대 15곳에서 헌혈버스 19.5대(반일 운영할 경우는 0.5대로 계산) 운영이 취소됐다. 당초 군부대 28곳에서 36대의 헌혈버스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절반가량인 13곳에서 일시에 헌혈을 취소한 것이다.

그다음 날인 5일에는 군부대 23곳(32대)에서 헌혈버스를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5곳(9대)이 취소해 18곳(23대)에서만 헌혈이 진행됐다.

헌혈버스는 학교, 공공기관, 기업, 종교단체 등에서도 운영된다. 군부대의 경우 적십자사에서 헌혈버스 운영을 부대 측에 요청해 승인되면, 예정된 날에 헌혈이 진행된다. 이처럼 군부대 십여곳에서 무더기로 헌혈이 취소되는 것은 감염병 유행 시기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의료계와 보건당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헌혈 취소는 계엄 선포 여파로 추정된다. 지난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됐으나, 어수선한 정국을 감안해 개별 군부대에서 헌혈 취소가 잇따르면서 취소 규모가 커진 것이다.

지난 5일 SNS상에는 비상계엄으로 일선 의료기관에 혈소판 공급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X(구 트위터)에 한 누리꾼은 “계엄 때리던 날 시내 병원에 있는 혈소판을 죄다 군병원으로 옮겼다고…. 유혈사태를 이미 작정하고 있었다는 거 아냐?”라며 “너무 위험하다”는 글을 남겼다.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48시간 내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군과 정부가 유혈사태를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비상계엄 정당성과는 별개로, 이런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6일 서울 시내 대형병원 및 지역 주요 공공병원 십여 곳을 확인한 결과 “그런 정황도 없고, 혈소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도 “3~5일에 혈소판 및 혈액 제제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군부대 헌혈 취소로 인한 여파도 없었다”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5일 0시 기준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6.9일분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혈소판제제 역시 적정재고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가 매일 자정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혈액보유현황을 확인해봐도 이 설명은 사실이다. ‘농축혈소판 보유현황 일별 추이’를 보면, 지난 3일에 6021유닛(unit)이던 농축혈소판은 4일에 6380유닛으로 오히려 늘었다. 최근 한달간 일별 혈소판 보유 현황은 6000~7000유닛 사이었는데, 이를 고려해도 정상범위다.

그렇다면 혈소판 부족은 어떻게 나오게 된 이야기일까.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지역 혈액본부에서 군병원의 헌혈 취소로 혹시라도 혈액 확보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 하루 전인 지난 2일 수도권 소재 일부 군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환자 전시 분류작업을 실시한 것도 이런 우려를 더했다.

일각에서는 군부대 헌혈이 장기간 취소된다면 실제 혈액 공급량이 부족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진은 지난 5일 SNS에 “중환자실에 내려간 환자가 출혈이 있는데 병원 혈액은행에서 혈소판을 더 줄 수 없다고 해 알아보니, 계엄으로 인해 군인들이 헌혈을 못해서 혈액이 부족해 각 병원으로 할당되는 혈액 수급이 줄었다는 답을 받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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