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마지막 티켓을 놓고 8일간 벌어질 아시아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도 전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회 주관 단체인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각 미니조(3개국씩 2개조) 개최국으로 지정하면서 ‘홈 어드밴티지’를 부여했다고 가디언이 13일 보도했다.
AFC는 지난 6월 두 나라를 개최지로 확정했지만, 선정 기준이나 절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인도네시아·이라크·오만·아랍에미리트(UAE)는 각각 “우리도 개최를 희망했다”거나 “중립국 개최를 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정상 불공평도 지적된다. 카타르와 사우디는 각각 6일 회복 기간을 보장받은 반면, 상대팀은 72시간(3일) 만에 두 번째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카타르 조에 속한 오만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런 구조에서 우리가 본선에 간다면 기적”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아시아 각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우디는 카타르에서, 카타르는 사우디에서 경기할 것이라 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AFC는 이를 뒤집어 두 팀 모두 자국에서 홈경기를 치르게 했다. AFC는 가디언의 질의에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에 대해 “이런 상황을 알고 부임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나. 결정권자들이 이런 구조를 이상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선수나 감독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오만은 온느 15일 카타르전 이후 불과 3일 뒤에 UAE전을 치러야 한다. 반면 카타르는 첫 경기 이후 6일을 쉰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런 일정은 전례가 없다”며 “카타르는 이미 결과를 알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규정을 만든 사람들은 이런 기본적인 균형조차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월드컵 본선이라면 주최국이 존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예선 도중에 이렇게 한쪽만 ‘주최국’으로 만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오만은 해외파 문제로도 불리하다. 케이로스 감독은 “방콕에서 뛰는 선수들이 일요일에 경기를 마치고 월요일에야 출국해 화요일에 도착, 수요일에 출전한다”며 “달걀 없이 오믈렛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정된 경기 장소뿐 아니라 심판 배정에도 정치적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이 사우디와 맞붙는 경기 주심이 쿠웨이트 출신으로 배정되자, “진정한 중립 심판을 요청한다”며 FIFA와 AFC에 서한을 보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수마르지 관계자는 “유럽 등 이해관계가 없는 지역 심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번 AFC의 결정은 단순한 ‘경기 장소’ 문제를 넘어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아시아 축구 행정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며 “케이로스의 말처럼, ‘달걀 없는 오믈렛’을 만들어야 하는 팀들이 늘어날수록, 팬들이 느끼는 불신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ㄷ.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