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ESG경영,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

2025-04-13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책과 입법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증권관리위원회(SEC) 기후공시제도 등은 축소 내지 중단 가능성이 높고, 유럽연합(EU) 역시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ESG 관련 공시, 실사 범위를 축소하거나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종전 비관세장벽 기능을 해온 ESG 규범들은 축소되는 반면, 미국은 이달 초 주요 국가들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확정, 발표하면서 관세장벽은 높였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생존을 위한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에 관한 관심이 적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이는 일시적 착시효과일 수 있다. 애당초 ESG의 출발점은 비관세장벽 어젠다가 아니었다. ESG 정책과 규범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등은 이미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왔고, 지금도 유효하다.

또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ESG 경영의 길로 가야한다는 인식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공적연기금(GPIF)는 ESG 투자를 장기 수익 창출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고, EU도 옴니버스 패키지에 내재된 정책기조에는 기존에 추구해온 그린뉴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주 홍콩마카오 미국총영사를 역임한 커트 통 전 총영사는 최근 법무법인 원이 기획한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 공화당 내에도 기후변화 대응필요성 및 ESG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정치인들도 여전히 있으며, 미국 주요 기업들도 ESG 기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입법부 역시 ESG를 향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국회는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서도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특별위원회(기후특위)' 구성 안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이번 22대 기후특위는 입법권과 예산에 대한 의견 개진권이 확보돼 21대 국회 기후특위보다 권한이 크게 강화되었으며, 앞으로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 등 우리 정부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및 정책 지원 등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진행된 주요 국내 상장기업들의 이사회, 주주총회에서는 ESG 경영과 관련된 정책실행 의지를 확인하고 정관에 반영하는 등 내부 규범화하는 안건들이 속속 통과됐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ESG경영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ESG를 단순 규제가 아닌,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기도 했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말이다. 우리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ESG 경영 준비 속도를 늦추어서는 안되며, 나아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공동센터장·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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