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출연연 게임체인저 R&D 성과 창출, 연구기관 스스로 조직문화 혁신 병행해야

2025-09-15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이 3월 5일 발행한 '2024 KIRD 과학기술 인재개발 활동조사'에 따르면 공공연구기관·민간기업·대학 재직자가 인식하는 조직문화를 조사한 결과, 위계·과업·관계·혁신 지향 순이었다. 또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 인식에 대한 긍정 응답은 민간기업 70.9%, 대학 70.1%, 공공연구기관 59.7%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고 지향' 기치를 내건 최근 연구개발(R&D) 혁신 정책 방향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다. 특히 공공연구기관 혁신 지향성과 다양성 인식이 낮게 나타난 점에 주목해야 하겠다.

최근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도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 상태로 일컬어지는 현상, 최소한 업무로 주 40시간을 준수하는 '일과 생활의 균형(WLB)'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또 젊은 연구 인력의 출연연 이탈도 증가하고 있다. 자칫 경제학에서 말하는, 좋고 나쁜 중고차를 선별하지 못해 불량 중고차만 시장에 남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출연연에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해부터 출연연 선도형 혁신 연구를 위해 여러 제도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했고 예산·인력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관평가도 개편하고 있다. 다만 수십년간 선진국 추격형 연구와 정답 지향 관리·평가 체계, 논문·특허 등 정량 실적 중심 개인주의, 실질적 성과보다 형식적 규정 중심 통제로 인해 세계 최초 혁신을 장려하기에 아직은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출연연이 자랑하는 성과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KTX 국산화, 누리호 등을 넘어서는 선도형 연구를 위해 담대한 도전을 담을 정책과 함께 조직문화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 국가 혁신성장 게임체인저에 도전하는 연구자, 노벨상 과학기술을 기대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혁신과 함께 조직문화 혁신이 다음과 같이 병행돼야 한다. 첫째, 출연연 혁신 정책은 현장에서 이를 수용하는 인식과 공감대 형성, 기존의 일하는 방식과 관행을 개선하는 문화 정착이 함께할 때 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출연연 원장과 보직자 등의 솔선수범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패에 대한 책임보다 도전을 통한 열정과 몰입의 조직문화, 이를 지원하는 인사, 평가 및 동기부여 혁신도 요구된다. '얼어붙은 중간관리자(Frozen Middle)'와 같은 혁신 저항(소극)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리더십도 중요하다. 셋째, 출연연 구성원들이 과학기술인으로서 자존감에 기반한 직업윤리를 가져야 한다. 또 연구 몰입을 통한 국민체감 성과 실천이 당연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누군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정책 등 여러 환경이 이를 고려해 형성돼야 하며, 출연연 경영진·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실천하는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그 실천을 위한 움직임으로, 2019년부터 출연연 조직문화협의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며 31개 기관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조직문화 담당 부서들이 개방형 학습조직으로 '리서치컬처랩'을 구성했다. 선도형 연구를 위한 혁신 방향과 조직문화 설계 및 협력 실천 방안 학습을 전문가 자문·교육·독서토론·공개세미나 등을 통해 매월 진행하고 있다. 이 학습조직은 KIRD 공모사업에 선정돼 활동비용을 지원받기도 한다.

출연연 스스로 조직문화 혁신 실천을 위한 이런 활동들이 계속 확산돼, 선도형 연구성과 창출 기반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백승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홍보문화실장 baeksh@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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