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업으로 인해 직격타를 맞은 의학 드라마가 돌아온다.
그간 의학 소재 드라마는 ‘흥행 불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긴박한 의료계 상황을 담으면서도 감동적인 인간스토리, 로맨스를 그리는 장르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름을 날린 의학 드라마는 ‘하얀거탑(2007)’, ‘뉴하트(2007)’, ‘골든 타임(2012)’, ‘굿 닥터(2013)’, ‘닥터스(2016)’ 등이 있으며 한석규를 주축으로 한 ‘낭만닥터 김사부(2016~)’ 시리즈는 시즌4 가능성까지 점칠 만큼 크게 흥행했다.
그러나 ‘못해도 중박’이었던 의학 전문 드라마가 방송계에서 자취를 감춰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발생한 의료 파업 여파 때문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 발표로 시작된 2024 의료계 파업 사태는 전공의의 대규모 사직과 의대생의 집단 휴학까지 이르게 했다.
이후 파업이 장기화되고 의료 공백이 길어지자 대중들의 시선은 첨예하게 갈렸다. 일각에서는 의학 드라마가 악화된 전공의 이미지를 미화시킨다고 지적했고, 다른 이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며 의학 드라마 방영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엇갈린 목소리가 이어지자 방송사들은 의학 드라마 방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5월 방영 예정이었던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무기한 연기되며 수납됐다. 또 지난 2023년 11월에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메디컬 활극 ‘중증외상센터’ 역시 의정 갈등으로 방영이 자연스럽게 미뤄진 것이 아니냐는 일부 사람들의 추측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갈 길을 잃었던 의학 드라마가 비로소 활기를 되찾을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연출 이도윤)는 오는 24일 의정 갈등 장기화를 뚫고 시청자들을 만난다. 작품은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감독은 “의사를 소재로 했지만 최근 상황에 대해 어느 쪽을 지지하는 스탠스를 가진 건 아니”라며 “서사, 판타지 등 작품의 다른 측면을 봐달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편성이 미뤄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슬전의’) 측도 편성 공지를 냈다. tvN은 23일 2025년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하며 4월 중 ‘슬전의’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작품에는 배우 고윤정이 주연으로 나섰으며, 상급종합병원 교수와 전공의들의 리얼한 병원생활과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
이외에도 올해 3월 방영 예정인 디즈니+ ‘하이퍼나이프’에서도 박은빈과 설경구가 만나 메디컬 스릴러 극을 완성한다.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현실 속에서 베일을 벗는 의학 드라마들이 ‘흥행 불패’의 역사를 다시 쓰며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