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국회가 지방 가계대출 규제를 수도권 대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계대출 '투트랙' 전략이 양극화 해소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가계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출 규제를 차등화하는 것은 상환능력이 기준인 대출규제 방향과 상충된 면이 있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책 변화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당시 김 위원장은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것"이라며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전반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가 되도록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침체된 지방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출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융당국은 앞서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당시 2단계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비수도권 대비 0.45%포인트(p) 높은 1.2%p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2일부터 1수도권 소재 아파트에만 디딤돌대출에 방공제(최우선 변제 보증금 공제)를 적용하고, 후취 담보 대출을 제한했다.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대출 규제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만큼 대출 한도 역시 '투트랙'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지방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지방의 주택가격이 하락 전환한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면서 건설업계는 자금난을 넘어 연쇄 도산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지역별로 차등 적용되면 지방의 부진한 주택 수요를 일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서울의 주택 수요도 몰리는 곳에만 몰린다"며 "지방 전체로 보면 대출규제 완화로 거래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지금처럼 팔리는 곳만 팔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앞장서서 지방의 아파트 가격을 떠받치게 된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시장 상황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지방 아파트 거래 침체 및 미분양 사태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물량이기 때문에 몇 년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시장 수요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주택가격 하락 폭이 크고 거래 회전율이 제한적이라 수도권과 (대출규제를)이원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며 "다만 지방이라고 해도 부동산 시장의 레버리지와 관련된 니즈가 높아지면서 집값을 자극하면 안 되기 때문에 수위를 적절히 조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DSR 적용을 통해 상환능력만큼 대출해주겠다는 금융당국의 기본방침에서 너무 벗어나면 안 되는 이슈도 있다"며 "초반부터 많이 풀어주기보다 지역 생활인구 유입과 경제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검증해가며 점진적으로 완화해 나가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는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가계부채 관리기조의 기본원칙을 해치지 않으면서 잘 운영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송승현 송승현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시장 환경상 수요가 없는 지방에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실효성을 거두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둔다면 침체 국면이 더 장기화되고 짙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려면 금리의 방향성이 중요한데 기준금리가 내려갔다고 해도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대출 규제보다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출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건 임시방편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는 공공기관 이전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활성화 등으로 경제가 전반이 회복돼야 부동산 경기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