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열풍이 글로벌 금융권을 강타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까지 'AI 선도 금융'을 외치며 경쟁적으로 비전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사들의 'AI 워싱'을 강하게 경고했다. 기술력을 과장하거나 AI 이미지를 마케팅에 남용하면 금융산업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다. SEC은 일부 금융회사들이 상용화되지 못한 AI 기술을 홍보한 사례를 대표적인 AI워싱 사례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금융권 AI 활용을 살펴보면 '과장'보다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앞다투어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AI 플랫폼을 상용화하는 등 AI 발전을 홍보하지만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현실적 제약이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권 AI 가이드라인' 개정이 미뤄진 탓이 크다. 금융위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금융 AI 가이드라인 개정을 내놓기로 했지만 여러이유로 작업이 늦어지며 1년 가까이 공백이 발생했다.
금융권이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한 채 'AI 마케팅' 수준에 머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이터 학습 범위, 생성형 AI 활용 책임 소재, 알고리즘 투명성 등 구체적인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AI 워싱'과 같은 남용 논쟁이 일어날 여지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가 '합법적 활용'이고, 어떤 기준으로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금융사 내부 AI 심의위원회는 안전한 선택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최근 AI 기본법이 입법 예고됐다. 안에는 최대한 현장 목소리를 담아 과태료도 1년 유예하며 AI가 산업에 안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금융당국도 더 늦어서는 안된다. 금융사가 안심하고 실험할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를 마련해야, 'AI 금융'이 구호에 구치지 않고 소비자 곁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