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전 7시 30분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앞 도로. 폭이 8m가량 돼 보이는 이 도로에 발전소 담벼락 맞은편 방파제를 따라 트레일러 10여대가 줄지어 섰다. 트레일러마다 뒤편엔 대형 크롤러 크레인(발전소 등 해체 때 쓰이는 초대형 인양 장비) 부속품으로 보이는 붐(크레인 팔), 트랙(크레인 바퀴), 균형추 등이 실렸다.
울산발전소 크레인 투입, 해체 준비 본격화
대열 중간쯤에 정차한 트레일러 기사에게 묻자 “장비를 나눠싣고 왔다. 발전소 안쪽에서 조립될 거다. 오전 8시에 들어간다고 들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60대로 보이는 이 기사에게 기자라고 밝히자 “안쪽 사람들(매몰자들)은 어찌 됐습니꺼? 퍼뜩 빼야(구조해야) 할 긴데”라며 관심을 보였다.

발전소 입구 병목 구간에선 경찰관 3명이 투입돼 주변 주ㆍ정차를 단속하며 이들 대형 크레인이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도왔다. 고온 절단용 혼합 가스 연료 역할을 하는 수소ㆍ질소통을 실은 트럭도 속속 발전소로 들어갔다.
이 발전소에선 지난 6일 보일러 타워 4~6호기 해체를 위한 작업이 이뤄지던 중 5호기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로 작업자 9명 가운데 7명이 매몰돼 3명이 숨졌다. 4명은 여전히 5호기 잔해에 매몰됐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사고 현장엔 700t급 크레인을 포함한 장비 62대와 구조대원 등 206명의 인원이 투입돼 구조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얽히고설킨 5호기 잔해 속에 매몰돼 접근이 어렵고, 인접한 4호기와 6호기 또한 불안정해 인력ㆍ장비 운용 제약이 컸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4ㆍ6호기 해체를 결정하면서 이날부터 장비 투입 등 준비 작업이 본격화했다.
“구조에 탄력” “증거 날릴라” 전문가가 본 명암
중수본은 전날 브리핑에서 폭약으로 발파해 4ㆍ6호기를 동시에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에 대해선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는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호기에 매몰된 근로자 빠른 수색이 절실한데, 발파가 아닌 다른 공법으로는 (주변 위험 제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라 내려진 결정으로 보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쓰러지는 방향을 설정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등 고려할 게 많다. 실제 발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계획대로 주변 위험이 제거되면 대규모 인력이 대형 장비를 운영해 속도감 있는 구조ㆍ수색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ㆍ6호기 해체가 앞으로의 붕괴 사고 원인 규명에는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경기도 고양시갑)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울산기력 4, 5, 6호기 안전 계획서’를 보면 4~6호기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해체 공사가 진행되던 중 5호기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취약화 진행률은 4호기 100%, 5호기 90%, 6호기 75%였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5호기는 이미 무너졌다. 같은 방식으로 해체가 진행되던 4ㆍ6호기는 취약화 과정에서 절단 정도나 위치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비교해볼 수 있는 표본이자 중요한 증거”라고 봤다.
안 교수도 수색ㆍ구조 속도를 높여 매몰된 근로자를 찾아야 할 필요성엔 동의했다. 다만 “해체 전 사진ㆍ영상 등을 남겨두는 방법도 있겠지만, 실물에 대한 정밀한 안전점검 등 없이 4·6호기가 해체되면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나아가 앞으로 공작물 해체에서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사를 겪었는데 교훈은 찾기 어려워지는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4ㆍ6호기 발파는 이르면 이번주 초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현장엔 구조대원이 활동하지 않으며, 대신 소형드론(377gㆍ가로 18.5㎝ 세로 21.2㎝ 높이 0.6㎝) 4기를 투입해 인명 수색을 이어간다.

울산=김민주·이은지·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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